[강미유의 ailleurs] 아이러니하게 추녀는 못됐고 미인은 구박을 받았다

강미유 기자 / 기사승인 : 2025-08-22 09: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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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 시스터 |109분 |감독·각본: 에밀리 블리치펠트 |배급: 플레이그램·해피송

  영화 '어글리 시스터'
[칼럼니스트 강미유] 동화는 “잘생긴 왕자님과 아름다운 공주님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어요”하는 미담으로 끝을 맺는다. 반면에 그림형제의 ‘잔혹동화’는 등장인물이 참혹한 결과로 내몰리는 호러 버전이다.

 

바디호러 장르영화 <어글리 시스터>가 20일 개봉했다. 노르웨이 에밀리 블리치펠트 감독의 첫 장편 영화로 동화 <신데렐라>가 원작이다.

 

그림형제 <신데렐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이렇다. ‘자매는 발을 잘랐다. 신발을 신을 수 있었지만, 누군가 외쳤다. “유리구두에서 피가 나와!” 사람들은 자매가 신발의 주인이 아님을 눈치챘다.’

 

에밀리 블리치펠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무도회에 참가하기 전부터 의붓자매 엘비라(레아 미렌)는 왕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외모 뜯어고치기에 나선다. 코 성형 수술을 위해 코뼈를 망가뜨리고, 속눈썹을 붙이기 위해 살을 꿰맨다. 또한 통통한 몸을 개조하려고 살이 빠지게 해준다는 벌레마저 먹는다. 엄마 레베카(아네 달 토르프)는 딸의 신분상승과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엘비라의 자기파괴를 부추긴다다.

 

  영화 '어글리 시스터'
하지만 엘비라가 아무리 고통을 참아내며 말 그대로 뼈와 살을 깎는 노력을 기울여도, 원래 아름다운 신데렐라 아그네스(테아 소피 로흐 내스)를 이길 수 없다. 영화 <어글리 시스터>가 동화와 또 하나 다른 점이라면 신데렐라는 자신의 외모가 강력한 무기임을 알고 있고, 그걸 이용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려 한다.

 

여기에 하나 더 변주가 있다면 또 다른 의붓자매 알마(플로 파게를리)다. 엘비라나 신데렐라와 달리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사회가 바라는 미인이 되는 데 관심이 없다. 영화가 유일하게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인물이기도 하다.

 

<어글리 시스터>는 바디 호러의 장르적 형식을 빌려 ‘아름다움은 고통’이라는 여성 혐오적 사고와 그것이 젊은 여성의 신체와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신체 이미지와 여성성에 대한 감독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관객이 주인공 엘비라의 고통을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이런 새로운 접근에도 불구하고, 못생긴 여자가 빌런이 돼 아름다운 여자를 괴롭힌다는 전개에는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영화 '어글리 시스터'

에밀리 블리치펠트 감독은 “그림 형제의 원전을 다시 읽으며, 처음으로 그 언니의 절박함이 이해되기 시작했다”며 “나 역시 왕자나 남자친구에게 선택을 받고 싶고 사회 기준에 맞추려 노력했지만 신데렐라의 구두에 맞출 수 없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계모의 딸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였고, 조연으로 소비되던 계모의 딸 또한 단순한 ‘못된 언니’가 아닌, 생존과 사랑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며 무너지는 여성으로 재조명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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