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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나는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해 행사를 치렀고,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서울에 산 지 25년이 넘었건만 서울 지리를 잘 모른다. 지방은 더하다. 1인 출판사를 운영하다 보면 지방에 갈 일이 종종 있는데, 그때마다 잔뜩 긴장한다. 이동하는 내내 지금 여기가 어디쯤인지 동서남북에 또 어디가 있는지 당최 알 수가 없으니 여차하다 미숙한 운전 탓에 내비게이션 안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크게 당황한다. 지명이라도 좀 익숙하면 마음이 한결 편하겠다 싶었다. 그래서 집어 든 책 <손으로 그려봐야 우리 땅을 잘 알지>를 소개한다.
책은 방학을 맞아 할아버지와 함께 전국 일주를 하기로 한 희원·윤재 남매가 여행 전 지도 공부를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축척과 방위표, 등고선과 등심선, 시설 등을 나타내는 기호부터 차근차근 알려준다.
서울부터 경기도, 강원도, 충남, 충북, 전북, 전남, 경남, 경북, 제주를 차례로 살펴보는데, 각 챕터에는 해당 지역 특색을 알 수 있는 소제목이 붙어 있다. ‘충북은 우리 땅의 배꼽이야’, ‘경북은 독도와 함께 해 뜨는 곳이야’ 같은 식이다.
희원·윤재 남매의 여행이 시작되면 우리나라 전도부터 산, 강, 평야, 행정구역의 경계, 나아가 각 지역 명소 등을 손으로 직접 따라 그려보게 한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책을 통해 남한의 9개 도 중에서 경상북도 면적이 가장 넓음을 처음 알게 됐다.
나는 10대 초반까지 인천에서 자랐는데, 그곳을 벗어나 본 기억이 없다. 초등학교 시절 부평구에서 서구로 이사 갔을 때 집 앞 슈퍼에 심부름을 나갔다가 방향을 잃고 미아가 될 뻔하곤, 한 달 넘게 엄마가 통학길을 함께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혼자 버스를 탈 수 있을 나이가 되었을 때도 인천을 벗어날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내가 나고 자란 인천-서울을 둘러싼 경기도를 책에서 찾아봤다. 경기도의 경(京)은 임금이 정한 서울을, 기(畿)는 서울을 중심으로 사방 500리 땅을 말한다. 지명부터 서울을 둘러싸고 있음을 알려준다. 개인적으로 남양주는 서울에서 굉장히 멀다고 생각했는데 책 속 지도를 보니 서울 북동쪽에서는 가까웠다. 반대로 동두천은 내 생각보다 서울에서 멀었다. 지도를 보고 나니 경기도 곳곳이 한결 눈에 익었다. 이제 좀 더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겠다.
내가 행사를 위해 방문했던 부여는 충청남도에 속한다. ‘한눈에 보는 충청남도’ 면을 살펴보니, 부여를 중심으로 동쪽에는 공주시와 논산시가 있고, 북쪽에는 청양군, 서쪽에는 보령시와 서천군이 있다. 논산과 밤이 유명한 공주를 제외하곤 내게 지명조차 낯선 곳이었다. 책 속 지도에는 특산물과 주요 명소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덕분에 말로만 듣던 낙화암의 위치나 부여와 공주를 품고 있다는 금강이 흐르는 모양도 알게 됐다.
지도 앱을 통해 눈으로 보던 것보다 손으로 따라 그리니 머리에 좀 더 각인되는 느낌이다. 진작에 볼걸. 사실 오래전 추천받아 사두곤 보지 않고 있었다.
책은 지리만 알려주는 게 아니다. 해당 지역의 간략한 역사 이야기도 곁들여져 있다. 할아버지가 희원·윤재 남매에게 하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내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주던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도 든다.
어린이책이지만 꼭 어린이만 볼 필요는 없다. 지도 앱을 백날 봐도 지리가 눈에 익지 않는 모든 길치 어른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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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디터 정선영. 책을 들면 고양이에게 방해받고, 기타를 들면 고양이가 도망가는 삶을 살고 있다. 기타와 고양이, 책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삶을 꿈꾼다. 인스타그램 도도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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