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스트리트북스] 어려운 의사결정을 할 땐 몸을 움직일 것

북에디터 정선영 / 기사승인 : 2025-12-10 0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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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신은 뇌 |저자: 존 레이티, 에릭 헤이거먼 |역자: 이상헌 |녹색지팡이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북에디터 정선영] 겨울이다. 추위를 많이 타고 집을 좋아하는 나는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절대 나가지 않는다. 당연히 움직임은 최소화된다.

문제는 몸을 적게 움직일수록 뇌가 잘 굴러가지 않는 느낌이다. 아침에 커피를 더 마셔도 정신이 맑아지지 않고, 한창 일하는 중에도 문득 멍하게 있는 시간이 잦다. 순간적으로 연속된 숫자의 중간 자리를 뒤바꿔 인식하거나, 읽고 있는 책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 등 문제로 당혹스러울 때가 꽤 있다. 느낌적인 느낌일까. 

<운동화 신은 뇌>는 운동과 뇌의 상관관계를 탐구한 책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운동은 뇌기능을 향상시킨다. 뇌건강을 위해서는 신체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이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꽤 알려져 있다. 하지만 뇌기능까지 향상시킨다는 것은 새로 알게 됐다. 

일례로, 미 네이퍼빌의 한 고등학교는 0교시 체육 수업 도입 후 학생들의 문해력이 학기 초와 비교해 17% 향상되었고, 전반적인 학업 성취도도 높아졌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내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닌 90년대 중후반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체육 수업이 자습 시간으로 은근슬쩍 대체되는 분위기였다.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그때 억지로라도 운동을 했으면 좋았겠다고 뒤늦은 아쉬움(?)을 토로해본다. 
 
뇌는 우리 몸무게의 2%밖에 안 되는데도 혈액의 20%가량을 사용한다고 한다. 혈액 순환이 뇌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자주 쓰면 자라나고 쓰지 않으면 퇴화한다는 점에서 뇌도 근육과 다를 바가 없다. 뇌에 있는 뉴런(뇌세포)들은 각자 몸에서 뻗어나온 가지에 붙은 ‘잎사귀’들을 통해 서로를 연결하는데, 운동을 하면 가지가 자라고 새로운 꽃봉오리가 생겨나 뇌의 기능이 기초부터 확고하게 강화되는 것이다.”(본문 14쪽) 

흔히 운동했을 때 유쾌한 기분이 든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운동으로 혈액을 뇌에 공급해주면 뇌가 최적 상태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경과학자 연구에 따르면, 운동을 하는 동안에 생성되는 단백질이 혈류를 타고 뇌에 들어가 최고로 높은 단계의 사고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내 경험이다. 지난 여름 고질적인 허리 통증 때문에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홍제천을 걸었더니 평소 염두에 두었지만 잘 풀리지 않던 기획 아이템이 좀 더 선명해졌다. ‘머리가 복잡할 땐 몸을 움직이라’는 많은 이들의 조언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말이다. 어려운 의사결정을 할 때 잊지 말고 잘 활용해야겠다. 

이렇게 좋은 운동을, 그럼에도 하기 싫은 이 마음을 어찌해야 할까. 

이 책 초반에 저자가 네이퍼빌 고등학교 교사의 입을 통해 강조한 부분이 있다. “무리하지 않고도 잘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드는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운동에 재미를 붙인다.”

다시 한번 내 학창 시절 체육 시간을 떠올려본다. 운동을 ‘잘해야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타고난 운동 신경이 없는 나는 자연스레 체육을 싫어하게 됐다. 뇌기능을 위해서라도 운동이 필요함을 알았으니 이제라도 ‘잘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운동을 계속 찾아볼 수밖에. 

 
|북에디터 정선영. 책을 들면 고양이에게 방해받고, 기타를 들면 고양이가 도망가는 삶을 살고 있다. 기타와 고양이, 책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삶을 꿈꾼다. 인스타그램 도도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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