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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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너무 마음에 들어서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꼭 읽어보라 읍소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좋은 책이다. 읽고 있으면 자연스레 어린이를 사랑하게 되고, 이 세상에 아이들이 필요한 존재임을 이런저런 설명 없이도 느낄 수 있다.
나는 이런 책을 지난 2년 동안 찾아 헤맸다. 쉽지 않았다. <어린이라는 세계>처럼 따스하게 아이들을 바라보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아이가 없는 사람의 마음마저 녹일 수 있는 책. 여기저기 책장을 기웃거려도 마음에 쏙 드는 책은 발견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만났다. 제주도 어느 도서관에서 <어린이는 멀리 간다>가 날 향해 손을 흔들었고, 나는 그 손을 덥석 잡았다.
처음에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마주했던 ‘들어가며’의 글도 좋았다. 아래 글을 보며 나는 손뼉을 칠 수밖에 없었다. 찾았네, 찾았어!
‘어린이는 귀하다. 오늘로부터 가장 멀리 떠날 사람이기 때문에 매 순간 소중하다. 어린이는 우리 곁을 떠나 늘 멀리 간다. 용감하게 떠나는 것이 어린이의 일이라면 정성껏 돌보고 사랑을 주어서 잘 보내는 것은 어른의 일이다. (중략)
그렇다면 멀리 가는 어린이를 맞아 줄 사람은 누구일까. 그것은 멀리 있는 어떤 사람일 것이다. 그 사람은 아마도 친구, 어쩌면 어른, 이웃집 할머니일 수도 있다. 멀리서 그의 손을 잡아 줄 누군가의 몫이 커지는 날은 반드시 온다. 그리고 나와 당신은 그 새로운 손이 되어 줄 수 있다. 먼 곳에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 어린이를 가까이 맞이하고 다음 꾸러미를 주며 더욱 먼 곳으로 떠나보낸다. (중략) 어린이가 안심하고 훨훨 날아가려면 좋은 사람들이 숲의 나무처럼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충분히 먼 곳에 서서 달려오는 한 아이를 힘껏 안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본문 중에서)
혹시 <어린이는 멀리 간다>에서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미안하다. 보자마자 배시시 웃음이 나고 온기가 도는 이야기만 담겨 있지는 않다.
이 책은 아이들이 겪는 슬프고, 어둡고, 고민스러운 이야기도 한다. 말랑하기보다는 조금 딱딱한 책이다. 대신 읽으면서 아이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고민하게 된다. 어린이를 멀리 보낼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도, 어린이를 좀 더 존중해야겠단 생각도 든다.
더 좋은 점은 내 아이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린이를 위한 책’하면 보통 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책, 내 아이를 똑똑하게 만들기 위한 책, 내 아이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한 책 등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어린이는 멀리 간다>는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린이라는 존재 자체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말한다. 내 품속 아이뿐 아니라 세상 모든 어린이를 보듬기 위한 책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더 좋다.
저자는 본인이 번역하거나 읽었던 동화책이나 청소년 소설도 책에 언급한다. 엄선한 좋은 책들을 적재적소에 소개해 읽고 싶은 책 목록이 늘어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글이 조금 딱딱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신문사 칼럼으로 연재되던 글을 엮어 만든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 김지은은 오랜 기간 아동청소년 문학비평과 평론가로 활동했다. 그만큼 글이 좋다. 분명 이 책에도 당신 마음을 저격할 문장들이 숨어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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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디터 박단비. 종이책을 사랑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부동산 이슈로 e북을 더 많이 사보고 있다. 물론 예쁜 표지의 책은 여전히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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