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유의 ailleurs] 드물게 원작만큼 위대한 리메이크작

강미유 기자 / 기사승인 : 2023-09-30 06: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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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EO|88분 |감독: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수입배급: 찬란 |제75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영화 '당나귀 EO'
[칼럼니스트 강미유] 위대한 소설 원작으로 영화를 만드는 게 어렵듯이, 위대한 영화의 리메이크도 부담이 크다. 아무리 유능한 감독이라도 그러할진대, 오는 10월 3일 개봉하는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의 ‘당나귀 EO’는 제75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호평을 받았다. 영화제뿐 아니라 프랑스영화 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가 선정한 2022년 ‘올해의 영화’ 10편 가운데 4위로 이름을 올렸다.

 

이 영화의 원작은 무려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1966년작 ‘당나귀 발타자르’다. 브레송 감독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소설 <백치>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

 

리메이크 이유에 대한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의 말이 인상적이다. 그는 “수십 년 전, 어떤 인터뷰에서 (카이에 뒤 시네마와 인터뷰였던 것 같은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절 울린 영화는 브레송의 영화 ‘당나귀 발타자르’밖에 없다고요. 그 이후로는 어떤 영화를 봐도 눈물 흘린 적이 없어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를 보면서 이런 확신이 강하게 들었죠. 영화 속에서 동물을 하나의 캐릭터로 만드는 건 가능할 뿐 아니라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될 수도 있다고요. 무엇보다도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전에 제가 만든 그 어떤 작품보다도 더욱더 감정에 기반을 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죠”라고 설명했다.

 

  영화 '당나귀 EO'

이렇게 66년 만에 만든 ‘당나귀 EO’는 그사이 진일보해 온 동물 복지 의식이 반영됐다. 일례로 당나귀 EO를 연기하는 동물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데 신경을 썼다. 촬영 시간은 절대 8시간을 넘기지 않았고 밤에는 충분한 휴식을 보장했다.

 

이를 위해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이 당나귀 EO로 첫 발탁한 ‘타코’ 외에도 다섯 마리 당나귀 홀라, 마리에타, 에토레, 로코, 멜라를 추가로 캐스팅했다.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은 “아담한 크기와 회색빛 털이 특징인 사르데나 당나귀 가운데 눈 주위에 흰색 무늬가 있는 당나귀 ‘타코’가 마음에 들었다”며 “6마리와 함께 촬영하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당나귀 상태에 제작진이 맞추자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영화는 당나귀 EO의 눈으로 서사가 전개된다. 서커스단에서 연기를 하던 EO는 동물단체의 개입으로 구조된 듯 보이지만, 보살펴주는 사람이 없이 폴란드와 이탈리아를 가로지르며 우여곡절의 여정에 오른다. 다양한 공간을 오가며 겪은 인간 세계는 다정하면서도 잔혹하다.

 

콜리모프스키 감독은 “ 냉소적이고 냉담한 이 세상에서는 순수한 모습을 흔히 ‘순진해 빠졌다’라고 여긴다. 아니면 약한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며 “하지만 저는 제 안에 남아 있는 순수함을 잃지 않으려고 여전히 노력 중이다”고 당나귀 EO에 대해 말했다.

 

  영화 '당나귀 EO'

 

|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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