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유의 ailleurs] 여름 영화에서처럼 그들은 숲속 별장에 갔다

강미유 기자 / 기사승인 : 2023-09-08 23: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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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파이어 |102분 |감독: 크리스티안 페촐트 |수입 ·배급: 엠엔엠인터내셔널 |2023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심사위원대상)

 

  /영화 '어파이어'
[칼럼니스트 강미유] ‘여름 영화’란 장르가 있다. 미국에서는 여름이면 어김없이 호러 영화가 개봉한다. 물론 그 영화가 한국이나 일본에도 같은 시기에 개봉한다. 프랑스에서는 해변으로 바캉스를 떠나는 영화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이를 ‘감성교육’이라고 부른다. 성인이 되었을 때 상처로 기억되는 것, 자신에게 상처를 줬다고 기억되는 것, 그때 알게 된 세상을 말한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10번째 영화 ‘어파이어’는 독일의 여름 영화다.

 

레온(토마스 슈베르트)과 펠릭스(랭스턴 위벨)는 발트해 해변을 방문한다. 레온은 두 번째 소설을 완성해야 하고, 펠릭스는 예술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사진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호젓한 숲속 별장에서 작업에만 열중하며 가끔 바다수영이나 즐길 것으로 기대했지만, 갑자기 가는 도중 자동차가 고장 나고 인근 산불로 소방 헬기가 오가는 게 보인다. 그렇게 찾은 별장에는 엄마 친구 딸인 나디아(파울라 베어)가 먼저 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또 해변에서 안전구급요원으로 있는 데비트(엔노 트렙스)와도 어울리게 된다.

 

  영화 '어파이어'

네 명의 청년이 등장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남자주인공 레온이다. 그는 이미 소설책을 한 권 낸 상태이지만, 아직 어리고 작가인 자신을 연기하듯 보인다. 그런가 하면 나디아에게 관심이 있지만 솔직하지 못하고, 창문 너머로 그녀를 엿보고 그녀의 오르가즘 소리를 듣는다. 때로는 질투와 시기로 심술을 부린다.

 

페촐트 감독은 “레온은 첫 번째 영화로 성공을 거둔 이후 두 번째 영화 ‘쿠바 리브레’ 때 큰 제작비가 모이고 감독을 연기하던 내 모습과 겹치는 캐릭터”라며 “레온은 나처럼 배워야 하고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 '어파이어'

트랜짓과 운디네에 이어 3번째 페촐트 감독과 호흡을 맞춘 파울라 베어 역시 인상적인 여름 해변 영화 히로인을 연기했다. 확실히 앞선 두 영화와 다르다. 페촐트 감독 설명에 따르면 남자가 그를 욕망하지만, 그것이 필요하지 않은 여성이다. ‘어파이어’에서 나디아는 비키니 차림의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자전거를 타고 일하러 가고, 식료품을 사고 식사를 준비하고 밤에는 섹스를 한다.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은 “이 영화에서는 사랑의 힘, 낭만, 사랑의 검은 밤 같은 구조물에는 관심이 없다”며 “무언가를 배워야 하는 공동체나 그룹에 더 관심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랑은 그냥 존재하지 않고 사랑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강미유

|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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