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유의 ailleurs] 섭식장애 여성을 식탁에서 만나다

강미유 기자 / 기사승인 : 2023-10-23 0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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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을 위한 식탁 |91분 |감독: 김보람 |배급: 필름다빈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

[칼럼니스트 강미유]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은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극영화라고 생각했다가, 나중에 다큐멘터리임을 알고 당황했더랬다. ‘이게 연기가 아니고 다큐라고?’ 하는 그런 인상이었다. 그렇다면 이 간극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오는 25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섭식장애를 앓는 딸 채영과 엄마 상옥의 내밀한 이야기를 투명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렇다. 통상적인 다큐멘터리가 아니라고 느끼게 된 이유이겠다. 두 사람은 타자인 감독에게 혹은 카메라에게 자신들의 속내로 매우 깊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주인공 채영은 15살이 되던 해 극단적인 식사 거부로 체중이 20kg 넘게 빠지면서 거식증 진단을 받는다. 영화는 그로부터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현재를 살아가는 채영과 엄마의 일상을 보여준다. 채영은 과거 몸에 생겼던 변화와 입원해서 쓴 일기, 당시 생각들을 이야기한다. 상옥은 엄마로서 막연한 죄책감을 느끼며 병의 기원을 찾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탐색하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

김보람 감독은 여성의 생리를 탐구한 첫 장편 다큐 <피의 연대기> 이후 차기작으로 섭식장애를 가진 여성의 마음이 궁금해졌다고 한다. 초기 취재와 촬영은 전작과 비슷한 형식이 될 예정이었다. 그러다가 채영과 상옥 모녀를 만나면서 큰 변화의 국면을 맞이한다.

 

사실 다큐를 찍을 때 전제되는 가장 큰 요소는 기록되는 대상이 영화화를 동의하느냐 여부다. 극단적으로는 오랜 시간을 작업했지만 스크린에 걸리는 것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고, 혹은 촬영하는 동안 영화가 필요로 하는 결정적 순간이 전혀 카메라에 보여주지 않을 수도 있다. 하물며 채영은 거식증을 앓았던 적도 있다.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
 

김보람 감독은 “취재 초반에는 다이어트가 외모 강박에 의한 병이라는 편견이 있었지만 깊숙이 들여다볼수록 인간 마음의 복잡성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됐다”며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채영과 상옥을 만났고 두 분이 고통스러웠다고 할 수 있는 어떤 시기를 겪으면서 얻은 삶에 대한 통찰과 해석에 매료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두 사람의 삶을 영화라는 작은 그릇에 아주 일부분 담아냈다고 생각하며 두 분의 이야기를 꽤 오래 들으며 제 삶과 마음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고 관객도 이런 경험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

|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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