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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
가장 큰 문제는 우크라이나 내부 사정.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패국가답다. 대통령부터 구설에 올랐다. 정부와 군대가 전쟁으로 검은 돈을 버는 데 혈안이다. 원조 무기마저 팔고 있다. 국가 존망이 달린 전쟁을 치루는 정부와 군대라고는 믿기 어렵다. 국민들의 전쟁 의지와 투지도 잘 보이지 않는다. 상류층들은 큰돈을 들고 외국으로 도망치거나 해외에 빼돌리고 있다. 누가 우크라이나를 지켜 줄 것인가?
■ 술 먹고 춤추는 키예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거리나 클럽에서 술 먹고 춤추지 말라고 호소했다. 그는 8월18일 비디오 연설에서 “전선에서 전사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자유와 독립은 전방 전사들에 의해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국민들이 전쟁 중이다. 최전선에서 싸우지 않는 사람들도 싸움을 도와야 한다”며 “술집이나 클럽에서 놀고 마시며 길거리 레이싱이나 방탕한 소비를 즐기는 것은 전방의 전사를 돕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연설 며칠 전, 수도 키예프에서 젊은이들이 클럽에서 파티를 즐기는 모습 등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계에 퍼졌다.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미국의 가구마다 900달러씩 대가를 치루고 있다. 허나 키예프에서는...”라는 등 비난이 쏟아졌다.
키예프는 러시아 공격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다른 대도시들과는 달리 거의 온전하다. 영상들을 보면 전쟁 소용돌이에 있는 나라라고 믿기 어렵다. 삼삼오오 모여 먹고 마시고 춤추고...서울 이태원이나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 밤거리나 다름이 없다.
어느 나라에서든 전쟁 중 그런 일탈이 일어났다. 한국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백마고지 전투에서도 낮잠 즐기는 사병이 있었다”고 한다. 전쟁 중에도 일상의 삶이 있으니 요령을 부리는 사람도, 향락을 즐기는 사람도 있음을 풍자한 말일게다. 2차 세계대전 중의 런던이나 파리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극심한 공습 중에도 런던의 펍과 나이트클럽, 무도장 모두 대단한 인기. 지하 식당과 나이트클럽은 안전하다는 이유로 더 붐볐다. 사람들은 최고의 밴드들이 연주하는 곳이면 어디든 몰렸다. 폭탄이 지붕을 뚫고 춤추는 무대에 바로 떨어져 밴드와 대부분의 무용수가 죽는 사고가 날 때까지 계속됐다. 파리도 퇴폐가 도심을 지배했다고 한다.
그러나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이 국민들에게 자제를 호소한 적은 없다. 젤렌스키는 왜? 국민들 75%는 정부·군대 부패의 책임을 젤렌스키에게 돌렸다. 젊은이들을 몰아세우는 것은 그 비판을 피하기 위한 희생양을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정치 쇼인 셈이다.
키예프 시민들도 24시간 전쟁의 공포 속에서 떨고만 있을 수는 없을 터. 그들은 끝날 줄 모르는 전쟁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평상 생활을 하는 것이라 변명할지 모른다. 젊은이들은 오히려 “왜 전쟁을 하느냐?”고 젤렌스키를 원망할 것이다. 전쟁을 치루는 것은 그들만의 의무도 책임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대통령은 “모든 국민들이 전쟁 중”이라고 했다. 그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4,400백만 명 국민 가운데 1,000만-1,400만 명가량이 나라를 떠난 것으로 추산된다. 탈출은 진행 중. 각국에 흩어진 난민들의 30~40% 이상이 종전 후에도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 오랫동안 정치 싸움과 부패로 피폐된 우크라이나에 애정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남은 키예프 시민들 또는 젊은이들의 애국심이 유독 모자란다고 탓하기 어렵다. 방송 며칠 전 젤렌스키는 대규모 징병 부정 책임을 물어 전국의 모든 지역 징병사무소 책임자들을 파면했다. 관계자 112명이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의료 기록 등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한 사람 당 2,000~1만 달러를 받고 징집에서 빼주었다. 돈만 주면 전선에 가지 않아도 되는 마당에 젤렌스키가 그들에게만 전쟁을 위해 목숨을 바치라 하니 냉소할 것이다.
■ 끝없는 전쟁 부패-무기도 판다
2021년 국제투명성 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부패도는 세계 180개국 가운데 122위.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신뢰를 잃게 하는 부패 집단의 선두는 대통령이다.
지난 4월, 미국의 탐사 기자는 젤렌스키와 측근들이 적어도 4억 달러를 횡령했다고 보도했다. “CIA 정보에 따르면 2022년 횡령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 돈은 디젤유 구입에 할당된 원조자금. 그러나 정부는 러시아의 공작이라고 부인했다.
젤렌스키와 부인은 전쟁이 한창이던 22년 7월 패션 잡지 보그의 표지를 장식했다. 부서진 자동차와 군용 벙커에 사용되는 모래주머니에다 군인들까지 소품으로 활용한 사진들은 “매일 수많은 군인들이 죽거나 다치고 있는데 뭐하는 짓이냐”라는 등의 비난을 쌌다. 전쟁을 이끄는 대통령으로서는 어처구니없는 행태. 아무리 전쟁 아수라장이라 하더라도 젤렌스키는 코미디언이었던 자신의 끼, 연예인 병을 누를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전쟁이 터지자마자 탈출한 전 하원의원의 부인은 2,800만 달러(370억 원)와 130만 유로(19억 원)을 헝가리 입국 공항에 신고했다. 현금 트렁크만 10개가 넘었다. 한 외교관은 6만 8,000파운드(1억 1,300만 원), 14만 달러, 황금 12kg, 보석 14kg 등을 가지고 국경을 넘으려다 검문에서 잡혔다.
지금까지 미국은 1,130억 달러를 지원했다. 원조 물자 수송 관계자는 “오직 30~40%만이 원래 계획했던 곳으로 가고 있다. (물자를 보내면서)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권력 게임’을 벌이는 여러 파벌들을 피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빼돌리려는 세력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 정부와 군대의 부정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월 젤렌스키의 비서실 차장이 사임했다. 국민 대피용 차량을 개인 사업을 위해 활용했다는 이유. 국방차관, 검찰청 차장, 지역개발부 차관 등이 전쟁 물자에 관련한 부패 혐의로 물러났다. 3월 젤렌스키는 같은 혐의로 수십 명의 고위 공무원들을 파면했다. 지역개발부 장관대행의 체포에 이은 것. 그는 심각한 전력난 속에서 전력회사 등으로부터 40만 달러 뇌물을 받은 혐의였다. 국가반부패국은 국방장관이 군용 식량 등을 높은 가격에 사들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8월 11일 지역 군사령관들이 스페인의 부동산과 고급 승용차를 사들였다고 영국 신문이 보도했다. 징병 책임자들 파면에 이어 8월26일 국가반부패국은 차관 2명을 국민용 비상식량 조달 과정에서 170만 달러를 착복한 혐의로 고발했다.
무기 밀매는 우크라이나 군부 등의 정신 상태가 거의 파탄 지경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12월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아프리카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 흘러나온 무기가 중서부 아프리카 일대의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안타깝게도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레이크 차드 지역 테러리스트들의 주요 무기와 탄약 공급원이 되고 있다. 서방 국가들도 대단히 우려하고 있다. 원조 무기를 스웨덴과 아프리카에 되파는 것은 우크라이나에서 흔한 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보내진 무기들이 암시장에서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의 무장 조직들에게 밀매되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이를 뒷받침했다.
■ 등 돌리는 미국
절대 지원국 미국 민심도 식고 있다. 8월5일 CNN에 따르면 국민의 55%가 추가 원조를 반대했다. 전쟁 초기엔 2/3 이상이 더 많은 지원을 찬성했다.
미국의 ‘의회 우크라이나 코커스’ 공동의장인 엔디 해리스 하원의원은 어머니가 우크라이나 출신. 지금까지 젤렌스키를 지지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의회의 노력을 적극 뒷받침해 왔다. 그러나 그는 최근 “그동안 친 우크라이나 주류언론들이 과장했던 우크라이나의 봄철 공세는 실패했다”며 “미국의 도움 없이는 젤렌스키는 비참하게 전쟁에서 패할 것이다. 미국의 지원으로도 이기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원조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안팎으로 최악의 위기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헤쳐 나갈 수밖에 없다. 누가 대신 그들의 자유와 독립을 지켜주겠는가? 그들밖에 없다.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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