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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디터 정선영 |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에서 활동 중인 네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
[도도서가=북에디터 정선영] 북에디터가 책을 만들 때 가장 많은 시간,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은 제목이다.
제목을 지을 때 이 책을 한마디로 잘 드러내주면서 독자의 호기심 자극을 최우선 사항으로 둔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담당 북에디터 성향 혹은 색깔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내 경우 “네가 지은 제목답다” 혹은 “제목을 지으랬더니 왜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하니”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이게 좋은지 나쁜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독자가 책을 고를 때는 어떨까. 역시 편협한 예시지만, 내 경우를 예로 들자면, 정보성 책이 아닌 한 ‘나와 결이 맞는’ 제목 책에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이 간다. 특히 현재 내 상황이나 심리 상태와 결이 맞는다면 금상첨화다.
지금 나에게는 이번에 소개할 책의 제목과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 “힘들어도 사람한테 너무 기대지 마세요.”
나는 대인관계가 어렵다. 낯을 많이 가리고 싫은 티를 잘 감추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나의 싫은 티 때문에 당사자나 주위 사람이 불편해하는 건 더 싫다. 싫은 사람은 최대한 멀리 하자가 그나마 내가 삶에서 터득한 나만의 관계법이다.
최근 꽤나 큰 불화로 몸살을 앓았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건만 몸까지 병이 나 꼬박 며칠을 앓아누웠다. 이러고 보니 ‘어디 무인도에 가서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아, 나도 어디 기대고 싶다’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어디 무인도에 가서 살고 싶다’는 회피는 일종의 방어기제이자 내 나름의 생존 방식이다. 다만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는 나로서는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누구나 타인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있고, 또 누구나 조금씩은 결핍감을 갖고 있다. 문제는 누군가에게 기댔다가 더 상처받았을 때 발생한다. 무조건 받아주고 품어주는 관계는 없다. 이 책의 제목이 <힘들어도 사람한테 너무 기대지 마세요>인 이유다. 저자는 가족처럼 편한 관계일수록 비난받을 위험이 높다고 덧붙인다.
인간관계 참 덧없다. 흔히 관계에 지치고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 하는 말이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이 인간관계가 어렵다, 외롭다고 느끼는 것은 주변에 친한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다. 진짜 외로움은 자기 자신과 관계가 친밀하지 못할 때 엄습한다. 더 정확한 표현은 공허함이라고 한다. 내가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을 때, 즉 나 자신과 관계가 소원해졌을 때 찾아오는 감정이다.”
저자의 조언은 간단하다. 인간관계가 힘들다면 그 이면에는 자기 자신과 관계가 힘든 경우가 많으니, 무작정 사람에게 기대려 하기보다 먼저 조용히 내면의 목소리에 기울이라는 것. 자신 마음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게 되면, 타인의 허물이나 실수에도 너그러워질 거라고.
내면의 목소리라.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이 글을 읽는 분도 한번 질문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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