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통제‧탄압 법”…노동계, 노조법 시행령 개정에 강력 반발

최혜진 기자 / 기사승인 : 2023-09-20 17: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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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노조에 대한 부당한 행정개입에 맞서 조직적 힘 다해 투쟁할 것”
양대 노총 회계 공시 거부 시…250만 소속 노조원 조합비 세액공제 못 받아

뉴스밸런스는 우리 사회에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이슈 및 정책을 대상으로 찬성론과 반대론이 한판 승부를 벌이는 논쟁터입니다. 양측 주장과 의견을 최대한 공정하고 충실히 전달함으로써 독자들의 정확한 판단과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주제는 정부가 만든 노동조합 회계 공시시스템에 결산 결과를 공시하지 않는 노조 소속 조합원의 조합비 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둘러싼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입니다. 양측의 찬반 논리와 주장을 취재했습니다. <편집자 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로고. /민주노총‧한국노총 홈페이지

 

[뉴스밸런스 = 최혜진 기자] 노동조합의 회계 결산 공시 시기와 방법 등을 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개정안이 19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노동계는 ‘노조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은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본질은 노조 통제‧산별노조운동 탄압 법”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노조의 자주적 운영원칙을 침범한 정부의 노조법 시행령 개정을 규탄하고, 시행령을 빌미로 확산될 노조에 대한 부당한 행정개입에 맞서 산별노조 운동과 노동3권 보장을 위해 조직적 힘을 다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개정된 노조법 시행령은 ‘운영 상황과 결산 결과’ 공표 방법과 시기를 노조법과 노조 운영 현실을 무시한 채 오직 노조 감독 효율성에만 초점을 두어 노조를 통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민주노총의 인식이다.

민주노총은 주장은 다음과 같다.

“현행 노조법은 노조 운영 상황과 결산 결과를 공표하는 방법을 노조가 규약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은 ‘결산을 마친 2개월 이내에 공표할 의무’를 신설하여 노조법에도 없는 의무를 신설했다.

특히, 산별노조와 같이 중층적인 의결구조를 가진 노조는 결산 등에 걸리는 기간이 길 수밖에 없으나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은 산별노조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 조합비를 직접 받는 산별노조 중앙의 예산계획에 따라 산별 하부조직 교부금이 결정되고, 산별 하부조직과 중앙의 사업이 확정되어야만 하부조직 집행 예산도 결정된다. 산별 하부조직의 재정과 회계를 망라하는 산별노조에 단위 개별노조와 결산 결과 공표 시기를 맞추라는 것은 그야말로 폭력이다.”

민주노총은 이어 “회계 공시를 ‘결산 결과’공표 방법 중 하나로 규정한 것은 판레를 변경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노조가 조합원에게 보장해야 할 열람권은 ‘제3자에 유출 가능성이 있는 자료의 등사물 제공 의무’와는 다르다고 해석하고 있는데 반해, 개정 노조법 시행령은 제3자가 열람하고 등사할 수 있는 방법을 ‘결산결과의 공표 방법 중 하나’로 규정함으로써 노조의 자주성을 중시한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동부가 노조의 ‘운영상황과 결산결과 보고’를 ‘노조법 14조의 비치 및 보관자료 제출 의무’로 확대해석하고 있어, 시행령을 통한 노동조합 자주성 침해위협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민주노총은 주장한다.

민주노총은 이어 “개정 노조법 시행령은 ‘운영 상황과 결산 결과의 공표’시기와 방법을 의무화한 것 외에 얼핏 노동조합 운영상 선택을 열어 둔 것처럼 보이지만 소득세법 시행령을 노조법 시행령에 결합할 경우, 노조 활동 보장 취지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미, 전례 없이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을 동원하여 노동조합에 대한 조사를 감행한 정부이기에 소득세법의 눈으로 헌법과 노조법을 해석하고 감독할 우려를 배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노조법과 판례에도 없는 해석으로 노조에 대한 통제와 조사를 일삼아 온 정부가 작성한 노조법 시행령을 글자 그대로‘할 수 있다.’거나 ‘선택사항’으로만 읽기에는 윤석열 정부가 몰고 온 노조 탄압의 그늘이 너무 짙다”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노조법 시행령 개정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7월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에 “모법에서 위임한 바 없는 회계감사원의 자격요건을 시행령에 규정하고,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라 회계 공시를 하지 않는 노조의 조합원에게 조합비 세액공제를 배제하는 등 ‘노조의 의무사항’을 신설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위헌적 행정입법”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양대노총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세액공제 박탈이라는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회계 장부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밝힌 대로 회계 공시를 거부하는 노조와 그 상급단체 소속 조합원들은 오는 10∼12월 3개월치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내년 초 받을 수 없다. 조합비 세액공제의 전제가 되는 회계 공시 대상엔 단위노조뿐 아니라 산별노조, 총연맹 등 상급 단체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같은 총연맹이 회계 공시를 하지 않을 경우 약 250만명인 양대 노총 소속 조합원이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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