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2일 오후 전북 부안 새만금 부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서 스카우트 최고의 예우를 표하는 장문례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
퇴근길 지하철에서도 평소와 달리 많은 해외 청소년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처음에는 ‘수학여행(?)을 왔나’라고 생각했지만 금새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것을 알게 됐습니다.
8월 1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간척지에 위치한 잼버리 야영장에는 세계 158개국에서 온 4만 3000여명의 스카우트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Draw your Dream’(너의 꿈을 펼쳐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2일간 꿈의 여정을 시작하는 이번 세계잼버리는 지난 1991년 고성에서 열린 17회 대회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 열리는 행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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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해외 청소년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청계천에서 관광을 하고 있다. /최혜진 기자 |
8월 2일, 휴가 1일차인 윤석열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해 “스카우트 여러분의 꿈과 도전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응원하겠다”면서 "마음껏 젊음을 즐기고, 전 세계 스카우트들과 멋진 추억을 만드시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우리 국민들도 ‘세계 각지의 미래세대가 대거 참석하는 만큼 우리나라의 국격과 위상을 한껏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새만금 잼버리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했을 겁니다.
”대한민국이 이 정도밖에 안되는 나라였어?“
기대와 달리, 새만금 잼버리는 개막 첫날부터 ’새만금 드림‘이 아니라 ’새만금 악몽‘을 연출했습니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부실한 편의시설·의료시설·위생시설 등에 따른 참가자들의 불만이 폭주했습니다.
화장실에는 악취가 진동했고, 샤워실은 커튼을 들추면 내부가 훤히 보였습니다. 지난 2일에는 잼버리에 공급된 구운 달걀 일부에서 곰팡이가 나왔다는 신고가 접수돼 1만 9000개 전량 회수되기도 했습니다.
국내는 물론 세계인들의 조롱과 비난‧비판이 빗발쳤습니다. 폭염이 한 원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부실한 준비와 미숙한 운영이 주범으로 지적됐습니다.
급기야 폭염 속에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고 영국·미국·싱가포르 등 참가국이 야영지에서 철수하고 세계스카우트연맹도 조기 중단을 요청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부끄러우서 얼굴을 들 수 없다. 나라 망신, 세계 민페, 유치‧준비‧개최‧운영에서 잘못과 범법행이를 반드시 발본색원해서 책임자를 반드시 처벌하라.“
각종 사회관계성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트, 언론매체의 댓글창에는 세계적인 조롱거리로 전락한 새만금 잼버리의 총체적 부실을 질타하는 분노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비닐막 샤워장, 분뇨역류 화장실, 그늘하나 없는 숙영지에 물차오르는 텐트, 모기떼의 습격, 영내 셔틀 부족으로 땡볕 진흙탕을 걷는 아이들, 의료지원 붕괴, 바가지 씌우는 편의점, 물과 전기가 없어 생존 게임이 되어버린 체험장... 무엇보다도 가장 화가 나는 지점은 난민촌보다도 못한, 아이들 식사메뉴... 심지어 곰팡이까지... 적어도 먹는 걸로는 장난치지 말았어야지“
한 누리꾼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너무 화가 나고 창피해서 잠을 설칠 정도“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누리꾼은 ”6년 동안 기획하고 예산 10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어서 기껏 한다는 게 노숙 천막, 곰팡이 음식 , 바가지 요금으로 나라 망신 시키는 것이냐“고 날을 세웠습니다.
▲사진 =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공식 사이트 캡처 |
새만금 잼버리가 연이은 폭염 속에서 파행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는 5일 잼버리 현장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각국 대표단이 회의를 연 결과 대회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새만금 잼버리가 행사 종료까지 남은 1주일이라도 큰 불상시 없이 유종의미를 거둘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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