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 칼럼-국제정세의 진실] 과연 미국 대통령은 누군가?…오바마에게 이목이 쏠리는 이유

편집국 / 기사승인 : 2024-07-11 15: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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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누가 지금 미국 대통령인가? 농담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많은 미국인들이 진지하게 던지는 의문이다. 그 속에는 ‘조 바이든’이라는 당연한 답을 뛰어넘는 의미가 담겨있다. 살아있는 대통령을 쥐락펴락하는 진짜 대통령이 있다는 뜻. 그 질문은 미국정치의 갈등과 역학관계는 물론 11월 대선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실마리다.

바이든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첫 번 대선 토론에서 ‘참사’랄 만큼 실패했다. 뉴욕타임즈가 가장 먼저 후보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정신 혼란 등 그의 여러 문제들을 철저하게 방어해 주던 언론부터 배신한 것. 민주당 의원들에다 헐리우드 배우들도 잇따라 사퇴를 다그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에 사실상 ‘정치적 죽음’을 선고한 것은 다름 아닌 버락 후세인 오바마 전 대통령과 그 세력들이다. 오바마는 토론 직후 소셜미디어에 “형편없는 토론이 벌어졌다”고 적었다. 측근들에게 “바이든은 결코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오바마의 오랜 심복인 전 백악관 수석고문은 여러 매체에 “바이든이 한 번 더 대통령직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국민들은 크게 걱정한다. 실제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오바마의 ‘바이든 축출 작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누가 바이든 정부를 끌어가고 있는가?“ 음모론이 아니다. 바이든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3년 반 동안 끊임없이 제기된 의문의 실체가 토론 실패를 계기로 명확해졌다.

■“오바마가 사실상 대통령”

오바마는 7년 반 전에 백악관을 떠났다. 그러나 쉴 새 없이 오바마와 바이든의 관계, 오바마의 정치 행동·발언이 언론에 오르내려 왔다. ‘오바이든,’ ‘(바이든은) 오바마의 아바타,’ ‘오바마 3기 정부.’ 허투루 만들어진 말들이 아니다. “오바마가 사실상 대통령”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

첫째 오바마는 여전히 백악관에서 2마일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산다. 임기를 마친 뒤 워싱턴을 떠나지 않은 대통령은 1백여 년 전 우드로 윌슨 이후 처음. 오바마는 아이들 학교 때문이라며 집을 빌려 살았다. 그러나 아이들 대학 진학 후도 떠나지 않고 오히려 집을 샀다. 시카고와 명사들 별장지 마사스 빈야드에도 집이 있다. 워싱턴에 개인 사무실도 갖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쉽게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 바이든은 물론 자신의 세력들을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언론 접촉도 마찬가지. 실제 오바마는 몇 차례나 백악관에서 바이든과 만났다. 22년에는 정책 문제, 23년과 올해 3월에는 선거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보도됐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오바마는 미국 정치에 자신의 이념을 계속 실천하고 실현하려 한다. 백악관·의회·행정부에 두루 자리 잡고 있는 측근들을 통해 현실정치를 계속 장악·통제하려 한다. 오바마의 정치 존재와 영향력은 워싱턴에 살면서 더 두드러진다.

둘째 오바마는 정치조직을 여전히 꾸리고 있다. ‘행동을 위한 조직(OFA)’은 2013년, 당시 대통령 오바마의 정책을 옹호하기 위해 부인 미셸 등이 만든 단체. 운동권 양성 등이 목표로 민주당 선거 운동에도 큰 역할을 했다. 2016년 오바마는 이 조직이 퇴임 후 정치활동의 중심지가 될 거라고 밝혔다. 2019년 OFA는 ‘전국 민주적 지역구 재설정위원회(NDRC)’에 합쳐졌다. NDRC는 민주당에게 유리하도록 지역구 재설정, 선거전략 조정, 기금 모금, 선거법 제안·소송 등을 한다. 강한 정치압력 단체. 오바마 정부 법무장관이었던 에릭 홀더가 의장이다.

이 단체는 오바마의 정치이념에 뿌리를 둔다. 실천을 위한 전위조직. 오바마는 1980년대 시카고에서 ‘공동체 조직’ 활동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공동체 조직’의 대부로 불리는 마르크스주의자 솔 앨린스키의 영향 때문. 앨린스키는 정치권력, 기업인들에 대한 저항·투쟁 방법으로 공동체 조직을 제시하고 조직자 양성에 진력했다. 오바마는 몇 년 동안 지역 연수회 등에서 그의 방법론을 강의했다.

1990년대 중반, 오바마는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을 목표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 길을 안내하고 모금 운동에 나서 준 것은 빌 에어스 부부. 그들은 1960~70년대 미국을 공산국가로 변형하기 위한 테러 조직 ‘웨더 언더그라운드’의 창설자들이었다. 의회 폭파 등 20여 차례의 공공기관 테러를 이끌었다. 두 사람은 “혁명전쟁이 제국주의 최종 패배와 사회주의 건설의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하는 책을 함께 펴냈다. 이 부부는 자신들의 ‘학교개혁조직’ 첫 의장으로 오바마를 임명했다. 여러 좌파 단체에서 오바마와 함께 활동했다.

오바마가 여전히 정치단체를 갖고 있는 것은 정치목표가 아직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목표는 ‘미국변형.’ 자신의 정치이념 뿌리인 사회주의 체제로 미국을 바꾸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셋째 바이든 정부에는 오바마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들이 바이든 정부를 끌어간다. 오바마도 2021년 뉴욕타임즈 회견에서 인정했다: “조와 그 정부는 내가 하던 일의 마무리를 하고 있다...바이든 정부의 90%는 나의 정부에 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우리가 얘기했던 정책을 계속하고 만들어 가고 있다.” ‘오바마 동창회’라 불리는 인맥들이 백악관과 국무부, CIA, FBI 등 주요 기관의 핵심부를 장악했다. 이 파벌이 언론과 페이스 북 등 빅 테크, 월스트리트 등꽈 깊게 연계되어 있어 오바마가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오바마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들은 바이든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을 위해 일한다”고 언론에 불평했다.

■바이든은 “북한 핵을 인정하라”는 라이스를 중용

워싱턴 정가는 바이든이 오바마의 안보보좌관이었던 수전 라이스를 ‘국내정책위원회’ 수장으로 임명하자 깜짝 놀랐다. 그녀의 전체 경력은 국가안보에 집중된 데다 오바마의 측근 중의 측근이었기 때문. 그녀는 오바마 임기 말 트럼프와 참모들을 ‘러시아 유착’으로 옭아매기 위한 정치공작에 깊숙이 개입했다. 그 임명은 그녀가 외교정책은 물론 국내정치 현안도 간섭·통제할 것임을 예고했다. 누가 봐도 오바마가 대통령 위의 대통령임을 알게 한 인사. 라이스는 ‘그림자 대통령’으로 불렸다. 바이든을 대체할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라이스는 오바마·바이든 정부의 북한 핵정책을 판단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그녀는 2017년 뉴욕타임즈 기고에서 트럼프에게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역사는 우리가 필요하다면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치 우리가 냉전 동안 수천 개의 소련 핵무기라는 훨씬 더 큰 위협을 용인했던 것처럼,.." 트럼프의 김정은 정권 비판에 대해 “트럼프 언어가 전례 없고 특히 위험하다. 미국은 평양에 대한 대응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 수용은 오바마-바이든 정부의 일관된 논리다. 2021년 미국의 이란특사 로버트 말리는 “미국과 동맹국들은 핵무기를 가진 이란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등에서는 이란에 대한 항복으로 간주했다. 그는 안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프랑스 고교 동기, 오바마의 하버드 법대 동기.

라이스의 발언도 사실상 북한에 대한 항복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북한이 미사일을 아무리 쏴대도 바이든 정부는 별 다른 조치도 하지 않는 것. 북한이 미국을 만만하게 볼 수밖에 없다. 한국정부나 국민들이 바로 알아야 하는 부분이다.

바이든의 대통령 자리는 오바마에게 큰 선물이다. 오바마는 바이든이 백악관에 있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바이든의 모든 정책에 손을 대면서도 비난받을 위험이 없다.

그러나 오바마는 원래 부통령으로 힐러리 클린턴을 원했다. 마지 못할 사정으로 바이든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배경과 오바마의 정치 욕심이 24년 선거를 앞두고 두 세력의 충돌과 균열을 만들고 있다.

바이든 부부는 고비를 넘길 충분한 정치 우군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오바마 연합은 바이든 세력보다 훨씬 강하다. 바이든의 정치 운명은 ‘진짜 대통령’이라는 오바마의 손안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가 부인 미셀을 후보로 밀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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