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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희생' |
[칼럼니스트 강미유]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희생>이 4K로 이달 21일 개봉한다.
먼저 영화 리뷰에 앞서 불분명해졌던 판권을 해결하고 오랜 기간 노력 끝에 끝내 수입한 엣나인필름의 정성을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영화 애호가가 수작으로 꼽는 <희생>이지만 정작 영화관에서 관람한 이들은 많지 않다. 1986년 칸영화제 공개된 이후 흐릿한 복제 비디오로만 보던 작품을 마침내 1995년 백두대간이 국내 첫 개봉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2024년 이번 극장 재개봉이 오랜 기간의 목마름을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아들을 위해 희망과 확신을 가지고 이 영화를 만든다.’
영화가 끝난 후 올라오는 자막이다. <희생>은 해석과 이해 못지않게 어떻게 리뷰해야 할지도 큰 번뇌인데, 이 마지막 문구를 단서로 삼고자 한다.
스웨덴 남부 발트해에 위치한 아름다운 섬. 생일을 맞이한 작가 알렉산더(에를란드 요셉손)는 목소리를 잃은 아들 고센(토미 젤크비스트)과 함께 죽은 나무에 물을 준다. 그러면서 예전에 한 수도승이 3년간 매일 같은 시간 물을 준 끝에 죽은 나무에 잎사귀가 무성하게 나왔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어 알렉산더 생일을 축하하던 중 제3차 세계대전 발발 소식이 전해진다. 지구 종말 위기로 충격에 휩싸인 알렉산더는 신에게 절박한 기도를 올린다. 사랑하는 가족과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믿음으로 자신의 집을 불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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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 '동방박사의 경배' |
<희생>은 영화 시작과 더불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동박박사의 경배> 그림에서 아기예수에 몰약을 주는 부분을 클로즈업해 보여준다. 그 위로 흐르는 OST는 바흐 <마태 수난곡>에서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이다.
핵전쟁이 됐든 기후 위기가 됐든 대지진이 됐든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은 무기력함을 느낀다. 그렇기에 죽은 나무에 물을 매일 주는 것과 같은 정성과 확신이 필요하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시간의 각인>에서 이같이 말한다. “임박한 종말론적 침묵의 징후들이 분명한 사실로 나타나고 있는데도 인간은 살아 남을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 수도승이 죽은 나무에 물을 주는 행동은 일말의 의심도 없고 창조주에게 믿음의 기적이 발하는 신념을 단 한 순간도 잃지 않는다. 그래서 기적을 체험한다. 나는 내 창작 이력에서 이를 가장 중요한 영화의 토대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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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희생' |
▶다음은 <희생> OST 목록이다. 원문을 그대로 올린다.
01. Matthäus-Passion: Erbarme Dich
Music by Johann Sebastian Bach
Conducted by Wolfgang Gönnenwein
Sung by Julia Hamari
EMI-Electrola GmbH LC 0233
02. Shingetsu
Performed by Watazumido-Shuso (Hotchiku flöjt)
The Everest Record Group 3289
03. Nezasa No Shirabe
Performed by Watazumido-Shuso (Hotchiku flöjt)
The Everest Record Group 3289
04. Dai-Bosatsu
Performed by Watazumido-Shuso (Hotchiku flöjt)
The Everest Record Group 3289
05. Locklåtar från Dalarna och Härjedalen
Performed by Elin Lisslass, Karin Edvards Johansson, Tjugmyr Maria Larsson, o.a.
SR Records RELP 5017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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