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유의 ailleurs] 공원 산책 좋아하세요?

강미유 기자 / 기사승인 : 2024-04-13 11:55:27
  • -
  • +
  • 인쇄
땅에 쓰는 시 |러닝타임 113분 |감독 정다운 | 배급·투자: 영화사 진진

  영화 '땅에 쓰는 시'
[칼럼니스트 강미유] ‘여의도 샛강생태공원’(1997)은 정영선 조경가가 생태학자를 초빙하고 김수영 시인의 ‘풀’을 낭독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국내 첫 생태공원이다. ‘선유도공원’(2002)은 기존 정수 시설을 그대로 살린 국내 최초의 재활용생태공원이고, ‘경춘선 숲길’(2016)은 과거와 오늘을 잇는 철길을 그대로 살리고 시민들이 직접 경작하는 동네 텃밭을 포함시켰다.

 

지난 2023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조경가협회(IFLA) ‘제프리 젤리코상’을 수상한 정영선 조경가를 담은 다큐멘터리 <땅에 쓰는 시>가 오는 17일 개봉한다.

 

언제나 사람과 자연의 관점에서 치열하게 고민해온 ‘땅의 연결사’ 정영선 조경가의 궤적을 따라가며, 일상의 위로를 건네는 공원의 아름다움은 물론, 조화를 잃지 않는 삶의 태도로써 공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정 조경가는 “정원을 만드는 것이 단순히 꽃을 심고 나무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치유와 회복의 장이자 자연을 보살피고 서로 소통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선유도공원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터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정신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공간, 사람, 자연의 관계를 잘 읽어내는 데 집중해왔다.

 

그는 “바다는 바다대로, 산은 산대로, 숲은 숲대로, 도심은 도심대로” “겨울에 아름다워야 봄도 아름답고 여름도 아름다워”라며 자연의 순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할 줄 아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러한 철학은 그를 존경하는 젊은 조경가가와, 그의 마당을 함께 가꾸는 미래세대에 의해 끊임없이 전승될 것이다.

 

  영화 '땅에 쓰는 시'

<땅에 쓰는 시>는 <이타미 준의 바다>,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 등을 작업해 온 정다운 감독의 세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다. 정 감독은 중앙대학교 영화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건축대학원에서 ‘건축과 영상’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며 이 분야에 집중해 온 전문가다.

 

정다운 감독은 “건축과 도시를 자연과의 관계성 안에서 탐구하는 과정을 거치며 그 사이를 연결하는 ‘조경’의 중요성을 자연스레 인지하게 된다”며 “선유도공원, 양재천, 예술의전당 등 내 인생 속 수많은 중요한 공간이 정영선 선생님의 손길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운명과도 같았다”고 영화화 배경을 설명했다.

 

영화는 야생화가 만개한 정영선 조경가의 앞마당부터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대규모 공원과 신비로움을 간직한 개인 정원 등 다양한 장소를 종횡무진 누비며 사계절이 지닌 고유한 경치를 보여주고 있다.

 

정다운 감독은 “조경가는 삶 속에서 자연 요소와 사람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에 ‘자연의 계절적 변화’라는 기본 특질을 담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부분이었다”며 “각 공간과 매 순간이 간직하고 있는 풍경의 디테일을 표현하는 것에 가장 주안점을 뒀다”고 소개했다.

 

 영화 '땅에 쓰는 시'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저작권자ⓒ 뉴스밸런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강미유의 ailleurs] “기다려, 내가 꼭 다시 데리러 올게!”
[강미유의 ailleurs] 뮤직비디오를 만들려다 영화가 됐습니다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