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유의 ailleurs] 난니 모레티 감독의 유쾌한 시네마틱 인생찬가

강미유 기자 / 기사승인 : 2024-05-27 18:16:56
  • -
  • +
  • 인쇄
찬란한 내일로 |95분 |감독: 난니 모레티 |수입·배급: 에무필름즈

 

  영화 '찬란한 내일로'
[칼럼니스트 강미유] 난니 모레티 감독의 영화 제작 시스템은 각본부터 연출, 연기, 제작, 배급까지 1인 제작 시스템으로 진행한다. 내용 역시 현대 이탈리아 정치, 사회, 개인사까지 복잡하게 녹여내고 있다.

 

29일 개봉하는 그의 신작 <찬란한 내일로>에서 주인공 조반니(난니 모레티) 역을 직접 연기했다. 영화감독 조반니는 주연 배우가 대사를 입맛대로 바꾸거나 영화를 자신만의 방식대로 해석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을 다루면서도 당시 신문에 실제로 사용되었던 헤드라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신의 의견대로 반드시 수정해야 하고, 하다못해 현장에서 뒤꿈치가 트여 있는 구두 ‘뮬’을 신고 다니는 배우를 못마땅하게 여길 정도로 고집불통이다.

 

난니 모레티 감독은 “나는 조반니를 아주 잘 안다. 40년 전만 해도 나 역시 현장에서 배우들이 보이는 즉흥성에 더 까칠했다”며 “타인을 불편해할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조차도 불편해한다. 영화에서 조반니가 위기에 처해있는 것은 아마도 나 자신이 항상 위기에 처해있었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그렇다고 자기비판적이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만든 영화는 아니다. 삶과 기쁨 , 영화를 향한 사랑으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찬란한 내일로>에서 난니 모레티 감독에게 영향을 준 감독과 영화를 인용하며 감독이기 이전에 시네필로서 영화를 향한 사랑을 끊임없이 고백하는 점도 흥미롭다. 조반니는 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자크 드미 감독의 1961년 작 <롤라>를 다시 보곤 한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달콤한 인생>도 역시 등장한다.

 

모레티 감독은 “<롤라>를 선택한 이유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 한 장면을 보여주되 루비치, 채플린처럼 아주 잘 알려진 영화를 선택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라며 “나는 1960년대 영화의 관객이자 감독으로 무척 애착을 갖고 있다. 그 시대에는 새로운 시네마에 대한 이슈에 초점을 맞췄고 사회를 바라보고 새로운 것을 발견했으며, 이를 영화사적으로 새롭게 묘사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찬란한 내일로'

<찬란한 내일로>의 내용은 이러하다. 명망 있는 영화감독 조반니는 5년 만에 새 영화 촬영에 들어간다. 영화는 1956년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헝가리에서 노동자와 대학생이 친소정권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자 소련은 헝가리를 침공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소수의 지식인만이 민주 혁명에 동조한 반면, 이탈리아 공산당 지도자들은 소련의 탄압을 지지했다.

 

신작 촬영 중 제작자는 파산 직전에, 40년을 함께한 아내 파올라(마거리타 부이)마저 날벼락 같은 이혼 선언으로 그를 혼란에 빠트린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사랑해 온 모든 것들이 위태롭다고 느끼는 조반니. 하지만 불행하기만 한 인생은 없다!

 

모레티 감독은 “50년 전에 내 생에 최초의 단편 영화 <수퍼8>을 만들었다. <찬란한 내일로>는 시네마에 관한 영화이다. 늘 영화로 인생을 살아왔고, 영화가 항상 삶에 함께했던 영화감독의 이야기다. 감독으로서도 관객으로서도 여전히 개인적이고 작가적인 영화를 믿는다. 표준화되지 않는 영화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영화 '찬란한 내일로'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저작권자ⓒ 뉴스밸런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