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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검은 소년' |
[칼럼니스트 강미유] “새는 힘겹게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7일 개봉 예정인 서정원 감독 연출 <검은 소년>을 보고 오랜만에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떠올렸다.
고등학생 훈(안지호)은 아빠 무진(안내상)의 눌린 뒷머리를 손질해 주고 엄마 소연(윤유선)에게 살가운 애교를 부리기도 하는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아들이다. 하지만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가 도래한다. 엄마는 폭력적인 아빠를 견디지 못하고 가족을 떠나버린다. 학교에서 또한 끊임없이 괴롭히는 동급생이 등장한다. 훈은 문학동아리에서 책을 읽고 작은 수첩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며 겨우 숨통을 트지만 그조차도 위기에 직면한다.
결국 훈은 한숨을 토해내듯 “왜 아무도 내가 원하는지 묻지 않아요?”라며 스스로 알을 깨고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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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검은 소년' |
서정원 감독은 컬러, 조명, 사운드 등으로 각 캐릭터와 사건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자 시도한다. ‘밝음’을 대변하는 문학 동아리 친구 ‘연희’와 어둠을 상징하는 동급생 ‘기철’의 컬러가 대비된다. 전반적으로 콘트라스트가 강하면서도 채도가 낮은 톤으로 화면을 구성해 균형을 맞추었다. 사운드는 심리적 갈등을 극대화하도록 하며 극적인 긴장감을 유지했다.
시대적 배경으로 택한 IMF에 대해서는 기존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극단적인 묘사 대신, 고등학생 훈의 시선을 통해 은근하게 드러내거나 주변 인물들의 변화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서정원 감독은 “IMF에 버금가는 가족 내의 재앙에 집중하려고 했다”며 “제작 여건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시대 배경만큼은 반드시 지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변화는 파괴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간은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며 “어둠의 길 속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찾은 것만으로도 훈은 이미 성공한 것이고, 무엇을 하든 잘 살아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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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검은 소년' |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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