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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인' |
하지만 오는 8일 개봉하는 이정홍 감독 영화 <괴인>은 제목부터가 무엇보다 강한 선입견을 갖게 만든다. 국어사전은 괴인을 1. 생김새나 성격이 괴상한 사람, 2.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상한 사람으로 정의한다. 한자 ‘기이할 괴(怪)’의 뜻풀이에는 기이하다, 의심하다, 의심스럽다, 도깨비, 정상이 아닌 것 등이 나열돼 있다.
영화 포스터 역시 <괴인>의 이미지를 연출했다.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회오리 그림의 장난감 안경을 끼고 있다. ‘당신도 나처럼 이상하잖아요’라는 문구가 그 위에 놓여 있다.
이런 기대와 함께 영화를 접했지만 무려 136분이나 되는 런닝타임 동안 보고 나면, 주인공 기홍(박기홍)을 비롯해 등장인물 중 누구도 기이하거나 정상이 아닌 사람은 없다고 갸우뚱하게 된다. 그들은 모두 정상 범위에 있다고 객관적으로 판단돼서다.
그렇기 때문에 괴인이 등장하지 않는 <괴인>을 연출한 ‘이정홍 감독이 괴인이네’ 하는 생각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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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인' 포스터 |
주인공 기홍만 보더라도 기존 여타 영화와 비교해 한층 더 복합적인 인물이다.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혹은 주어진 환경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데 그 스펙트럼이 꽤 다채롭다.
소규모 인테리어 공사를 업으로 하는 그는 현장에서 직접 목수 일을 하며, 필요한 인원을 추가로 고용해 일을 시킨다. 임금을 제때 달라고 하는 말하는 인부에게 육두문자를 날린다. 그런 그가 시공 의뢰인 ‘갑님’ 피아노학원 원장에게는 부드럽고 상냥한 말투로 대한다. 단지 비즈니스 때문일까. 퇴근길 마트에 들른 기홍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낯선 여성에게도 순서를 양보한다. 자신의 차 지붕을 움푹 파이게 만든 소녀 하나(이기쁨)에게도 친절을 베푼다.
이같은 수수께끼 풀기 와중에 괴인에 대한 힌트 키워드로 ‘거미’가 등장한다. 하나가 동물을 좋아해 거미 문신을 목에 새겼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거미가 곤충이 아니지?”라고 되묻는다. 그는 “근데 그걸 따지고 한 건 아니에요”라고 대답한다. 마치 특정한 곳에 속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말을 건네는 것처럼 느껴지며 영화를 관통한다.
이정홍 감독은 “아버지 차 지붕이 세차 중에 찌그러졌는데, 비가 오는 날이면 그곳에 물이 고이는 것을 보고 기이하다고 생각하곤 했다”며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 이상 지붕이 가라앉게 된 상황을 아무도 추측할 수 없다는 점을 영화 구상으로 발전시켰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영화 속 기홍을 연기한 이기홍은 내 친구인데, 실제로 회사를 관두고 목공을 배울 때 나도 같이 배웠지만 중간에 그만두었다”며 “그런 내 삶의 실제 순간을 담았고 평범한 사람들이 흥미롭고 비밀을 지녔다는 점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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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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