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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
그러나 한국인들의 기대·신뢰와는 달리 미국 군대가 무너지고 있다. 겉과 속 모두 심각한 위기다. 믿기 어렵겠지만 병력이 부족하나 충원을 제대로 못한다. 현재 병력 가운데서도 부적격자가 너무 많다. 함정·전투기도 턱없이 모자란다. 정신전력·사기도 엉망이다.
세계 최강이라던 미국 군대가 왜 이렇게 되었는가? 정치이념이 지배하면서 ‘싸워 이기는 군대’가 최고·최우선 목표가 아닌 군대가 되고 있는 탓이다.
■병력을 모을 수 없다
올 1월 의회청문회 자료에 따르면 현역 군인들의 65%가 자식들에게는 입대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병력 2/3가 자신이 복무하고 있는 군대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갖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최근 갤럽 조사에서 군대에 대한 신뢰도는 60%에 머물렀다. 한 때 81%에 이르던 것에 비하면 심각한 추락. 현역 군인들이 군을 믿지 않는데 국민들이 어떻게 군을 믿겠는가?
미국은 한국의 징병제와는 달리 지원병 제도다. 젊은이들 스스로 군대를 가야 병력이 유지된다. 그들이 선택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나 미국 젊은이들은 군대에 지원하지 않으려 한다. 국방부 조사에 따르면 군대 지원 연령의 겨우 9%만이 지원할 뜻이 있다는 것. 2007년 이래 가장 낮은 숫자다. 그나마 군대에 가려는 젊은이들 가운데서 군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본능력을 갖춘 숫자가 적다. 미국군 매체인 ‘성조지’는 17~24세 지원자의 25%가 지식·신체 능력 부족, 마약 중독, 각종 정신질환 등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모자란 병력을 채우기도 어렵지만 질 좋은 자원을 구하기는 너무 힘든 상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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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2023년 지원병 충원에서 목표 인원보다 4만 1,000명이 모자랐다. 해군은 7,000명이 부족했다. 공군도 1999년 이래 처음으로 목표에 미달했다. 이미 국방부가 지원이 줄 것으로 예상, 숫자를 많이 줄였으나 턱 없이 모자랐다. 모병 목표의 40%만 채운 22년에 이어 연속으로 무더기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국방부와 각 군은 모자란 병력을 메꾸기 위해 군대복무 적성검사에서 최저 점수를 받아도 수용하기 시작했다. 고교졸업장이나 학력 인증서 제출도 없앴다. 해군은 입대 최고 연령을 높였다. 마구잡이 모병처럼 문턱을 계속 낮추어도 속수무책. 옛날 징병제로 돌아갈 판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 그야말로 ‘충원 위기’다.
최근의 급격한 지원 감소는 조 바이든 정부가 백신 접종을 강제하고 지원 자격에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탓도 크다. 지원자 능력 부족은 고교생 학업 능력이 계속 떨어지는 교육현실과도 상관관계가 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사회 전반에 걸쳐 미국에 대한 폄하·무시가 심해지면서 애국심이 사라지고 있다. 성조기와 국가를 거부하면서 ‘미국’마저 거부한다. 애국심을 시대에 뒤떨어진 보수우파의 가치로 매도하는 분위기 때문. 공공봉사와 같은 시민의식도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다는 안보의식이 생기기 어렵다. 그들이 군대에 갈 명분·이유를 찾을 수 없는 지경이다.
■14년간 핵무기를 만들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은?
미래 사병 모집만 위기를 겪는 것이 아니다. 현재 병력들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23년 ‘미국안보프로젝트’ 조사에 따르면 현역 군인 68%가 과체중 비만이다. 각 군 장교와 사병에 걸쳐 3분의 2 이상이 군 훈련·작전을 정상 수행할 만한 신체 상태가 아니라는 것. 비만은 전쟁에 대비한 최상의 전투력 유지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안보프로젝트’는 “비만은 단기간 개인 체력단련 부족 때문에 생기는 증상이 아니다. 군대 생존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만성 질병”이라며 “미국군은 ‘비만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러니 육군에서는 모든 대위가 소령으로 자동 진급한다. 공군에서는 비행학교의 거의 모든 장교가 자동 졸업한다. 능력부족 탈락은 0.25% 이하. 한 사람도 진급이나 시험에서 떨어뜨릴 형편이 아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의 주적은 소련뿐이었다. 지금은 중국, 이란, 북한과 각종 테러 집단과 싸워야 한다. 전선은 확대되는데도 병력을 포함한 모든 군사전력이 줄고 있다. 1989년 육군 병력은 77만명이었다. 35년 만인 현재는 그 절반이 조금 넘는 45만2000명. 2023년에만 3만3,000명이 감소했다. 올해 말에는 44만5000명까지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1980년대 후반 해군은 600척의 군함을 보유했었다. 현재는 298척. 각종 작전 수행에 반드시 필요한 400척보다도 한참 적다. 냉전 동안 공군 전투기 조종사는 1년에 200시간을 비행했다. 300시간 넘는 경우도 흔한 일. 현재는 130시간 이하로 떨어졌다. 전투기 평균 연령이 30년 이상. 공군은 1,200대의 전투기가 필요하나 897대 뿐이다.
지난 14년 동안 핵무기 생산이 전혀 없었다. 중국은 2023년에만 100개를 생산했다. 2030년까지 현재 보유 개수의 4배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조 바이든 정부는 군사력 증강이나 전투력 복원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다. 개선 계획도 별로 없다. 군대의 본질을 무시하고 있다. 그들의 최고 목표는 미국 군대를 그들의 정치이념에 맞는 조직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어떤 이념이, 어떻게 미국군을 무너트리고 있는가?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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