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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
중국이나 러시아 공산당 당사에 내걸린 구호가 아니다. 2017년 미국 육사 ‘웨스트포인트’ 졸업식에 등장한 글귀다. 졸업생 스펜서 라포니는 모자 안쪽에 적은 그 글을 동료들에게 내 보였다. 제복을 열어젖히고 쿠바에서 활동한 마르크스-레닌주의 혁명가 체 게바라 얼굴이 담긴 빨간색 셔츠를 드러냈다. 이를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웨스트포인트는 미국의 자부심이며 국가안보의 상징. 국가 간성들이 마르크스 이념에 깊이 세뇌된 것을 본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소대장이 된 스펜서는 소셜미디어에서 ‘혁명 사회주의자’인 자신의 혁명에 합류할 것을 군인들에게 권유했다: “양심 가진 모든 군인들은 무기를 내려놓아라. 제국주의 하수인으로 복무하는 것을 중단하고 혁명에 동참하라.”
그는 육군의 1년여 조사 끝에 불명예제대 했다. 아마 조 바이든 정부라면 그냥 두었을 가능성이 높다.
어린 장교 한명의 돌출행동이 아니었다. 미국군에 마르크스주의가 오래 동안 넓고 깊게 뿌리내려 왔음을 다시 입증한 사건이었다. 그 바탕에서 공산주의를 숭배하는 웨스트포인트 졸업생이 태어난 것이다.
■“애국심을 악마라 가르치는 바이든 정권의 미국군”
92년 전인 1932년. 더글러스 맥아더 육군참모총장은 “미국 군대를 공산주의자들과 평화주의자(전쟁 반대를 내세우며 군비축소, 양심 병역거부, 대체복무 등을 주장)들이 잠식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평생 군 안팎의 좌파들에게 시달렸다. 유엔군 사령관 때도 한국전쟁 지휘를 방해·저지하는 백악관·국무부·국방부의 좌파세력들과 끊임없이 싸워야만 했다.
중국을 공산당에 넘겨주었다고 비판받는 ‘중국의 손들(China Hands)’에는 군부에 침투한 공산주의자·소련 스파이들이 수두룩했다. 그들은 육군정보국이 2차 대전-1980년까지 KGB 등 소련 정보기관이 보낸 각종 암호 전문을 해독한 ‘베노나 프로젝트’에 의해 정체가 드러났다. 그들은 세계 공산화를 위해 소련 스파이로 암약하면서 중국공산당을 지지·지원했다.
오랫동안 중국에 주둔하며 모택동, 주은래 등과 교유했던 예비역 해병준장 에반스 칼슨은 중공군 게릴라 전술을 높이 평가했다. 공산주의자로 분류된 그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과의 막역한 관계를 활용해 해병대에 중공군을 본뜬 부대를 창설했다.
스펜서 강제전역 4년 뒤 그와 정반대 생각을 가진 장교가 군에서 쫓겨났다. 2021년 우주군 사령부의 메튜 로메이어 중령은 군내 마르크스주의를 비판했다가 해임되었다. 그는 ‘저항할 수 없는 혁명: 마르크스주의의 정복 목표와 미국군의 해체’란 저서에서 “최근 몇 년간 마르크스주의가 군내에서 더 확고한 입지를 확보했다”며 “바이든 정권이 애국심을 악마라고 군대에서 가르치고 있다”고 폭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부에 마르크스주의에 뿌리를 둔 ‘다양성·형평·포용(DEI) 교육을 즉각 중단하라’"고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하자마자 명령을 없앴다. 군인 교육영상은 모든 백인을 ‘인종차별주의자,’ 미국 역사를 ‘400년간의 백인 우월주의 시대,’ 현대 미국 사회를 ‘억압 체계’라고 설명한다.
군내 마르크주의 영향은 심각하다. 20세기 상당 기간 미국은 큰 희생을 치르며 마르크스-공산주의 이념을 패배시켰다. 이를 생각하면 참담한 비극이다.“
책 출간 전 로메이어는 개인방송 회견에서 “군대에서 보수우파는 '극단주의자'로 몰린다. 그러나 좌파들은 온라인에서 어떤 활동을 해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1년 200여명의 예비역 장성들과 1천여 명의 예비역 군인들이 “사회주의·마르크스주의를 따르는 좌파들이 시민과 나라의 미래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는 성명을 각각 발표했다. 바이든 정부가 군대를 마르크스주의 조직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에 대한 강력한 경고였다.
현재 대부분의 군 수뇌부는 오바마-바이든 정부 8년 동안 고위급에 진급했다. 오바마 정권은 자신들의 좌파 이념을 따르는 인물들을 키웠다. 트럼프 정부에서도 이들은 군부의 중추세력이었다. 바이든 정권에서 군을 장악했다.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과 전 합참의장 마크 밀리, 현 합참의장 찰스 브라운 등이 대표 인물이다.
23년 오스틴은 성 소수자 ‘자긍심의 달’을 맞아 “LGBTQ+ 군인들의 봉사·헌신·희생을 존경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합참의장 브라운은 흑인 최초의 공군참모총장. 22년 공군의 백인 남성장교 비율을 64%에서 43%로 줄였다. 두 사람은 마르크스 이념을 실천했다. 이들의 지휘 아래 군대는 갈수록 좌경화하고 있다.
해병대 군사역사 교육은 경찰 잔혹행위, 백인특권, 인종차별 교육으로 대체되었다. 특수부대는 ‘미국 특전사는 인종차별적’이라 가르친다. 공사는 생도들에게 ‘아버지,‘어머니’ 같은 성별 언어 사용을 피하라고 경고했다.
DEI 모병을 위해 해군은 드래그 퀸이자 남자, 여자도 아닌 성 정체성을 가진 사병을 ‘디지털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드래그 쇼도 열었다. 그러나 “군대에서 있을 수 없는 해괴한 짓”이란 비판 때문에 중단했다. 드래그 퀸은 여자 화장·옷차림을 하는 남자를 말한다.
■맥아더는 한국전에서 미국의 마르크스주의자들과도 싸웠다
바이든 정부는 다양성·형평·포용을 통해 군대를 좌파 실험장으로 재구성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싸워 이기는 강한 군대가 아니다. 인종·성별·성 정체성‘의 ’형평‘이 우선하는 군대다.
군대는 전쟁에서 이기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병력·정책만을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과 군 수뇌부가 자신들의 정치이념에 맞는 군대로 재편하기 위해 지식능력·정신전력 등에서 군사역량의 범위를 벗어난 교육을 시킨다면 군대는 무너지고 만다. 역사에는 정치이념이 군사 전문성을 무너트리고 이로 인해 나라마저 망한 사례가 많다. 미국이 같은 길을 가고 있다.
한미동맹의 중심축인 주한미군은 마르크스주의로부터 안전한가? 다른 나라 군대가 아닌 미군이니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 위기 때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장악한 백악관·국방부의 지시를 받는, 역시 마르크스주의에 젖은 주한미군이 제대로 싸울 지 의문이다.
한국전의 맥아더 원수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좌파 적들의 아우성”을 늘 감당해 왔다는 그는 “워싱턴은 공산주의자들의 움직임을 막는 것에 만족했다. 반격을 주도해 그들에 대한 공격을 증강하는데 어떤 흥미도 없었다”고 회고록에 적었다. 그는 공산주의자들과 싸울 뜻이 별로 없는 워싱턴 좌파들의 속성·의도를 꿰뚫고 있었다. 맥아더가 그들과 영국의 방해에 맞서 싸우고 버티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은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바마-바이든 세력의 뿌리는 맥아더를 괴롭혔던 루즈벨트·해리 트루먼 대통령 세력들이다. 바이든 정부가 계속된다면 한반도 유사시에 한국인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험한 상황이 닥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한미동맹’이란 형식이 중요하지 않다. 어떤 정부와 ‘한미동맹’을 하느냐는 내용이 훨씬 더 중요하다.
미군과 군사협력을 하면서 한국군도 마르크스주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한국군은 여러 부분에서 좌경화되었다. 바이든 정부의 주한미군으로부터 마르크스주의가 더 짙게 감염될 수도 있다. 국민과 정부가 심각하게 살펴야 할 부분이다.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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