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스트리트북스] 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에게

북에디터 정선영 / 기사승인 : 2024-03-20 00: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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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저자: 나탈리 골드버그 |역자: 권경희 |한문화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다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도도서가=북에디터 정선영] 서점에 가 보면 글쓰기 책이 정말 많다. 이만큼 공급이 많다는 건 그만한 수요가 있다는 뜻일 테다. 글을 잘 쓰고 싶지만 잘 안 돼 고민인 사람이 많겠다.


나 역시 그중 하나다. 부끄럽게도 나는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내가 글을 잘 쓰는 줄 알았다.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는 데는 채 일 년도 걸리지 않았다. 작가가 되겠다며 국문과에 들어가 보니 아마추어인 내가 봐도 눈에 띄는 필력을 가진 이들이 차고 넘쳤다. 점점 움츠러들었다. 출판업자로 19년째를 살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글쓰기가 어렵고 때론 두렵기까지 하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글을 정말 잘 쓰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돼 머뭇거리고 급기야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저자 나탈리 골드버그는 글을 잘 쓰고 싶은 나머지 글쓰기 자체에 겁을 내는 사람들 마음을 풀어준다.

 

“마음을 통제하려 들지 말라. 마음 가는 대로 내버려두어라.”

“멈추지 말고 계속 써라.”

“그냥 쓰라. ‘그래! 좋아!’라고 외치고, 정신을 흔들어 깨우라. 살아 있으라. 쓰라. 그냥 쓰라. 그냥 쓰기만 하라.”

“글을 쓸 때 모든 것을 풀어주라.”

“수업할 때 나는 학생들에게 ‘뼛속까지 내려가서 쓰라’고 요구한다. 자기 마음의 본질적인 외침을 적으라는 말이다.”

 

이 책은 잘못된 글쓰기를 지적하거나 올바른 (혹은 올바르다고 생각되는) 글쓰기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흔히 나 같은 아마추어는 이론이나 방법이 앞서 필요 이상의 자기 검열로 글을 전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그러지 말라며 끊임없이 다독인다.

 

내게 죽비소리 같았던 조언은 다음이다. “논리를 뛰어넘어 모든 것을 수용하라.” 이어 말한다. “자동차를 먹는 사람을 창조해낼 정도로 생각을 자유롭게 하는 사람만이 개미를 코끼리로 만들고 남자를 여자로 바꿀 수 있다.” “생각하려 들지 말라. 논리적 사고는 버려라.”

 

“우리의 사고방식은 문장 구조에 맞추어져 있고 사물을 보는 관점도 그 안에서 제한된다. 문장론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고 신선한 세상과 만날 수 있으며 글쓰기에 색다른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말을 최근 들은 적 있다. <포르쉐를 타다, 오타니처럼>을 비롯하여 30여 권의 책을 낸 이재익 작가는 서울지방변호사회보 인터뷰에서 글이나 책을 쓰고 싶은 변호사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법조인에겐 논리가 식량이자 무기이겠죠. 그래서일까요? 법조인이 쓴 책을 꽤 많이 읽어봤는데,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느껴져서 흥미로웠습니다. 때론 감정의 변화조차 논리적으로 전개되더군요. 문장도 그렇고요. 비문을 겁내지 않으면 글이 민망해지지만, 동시에 비문을 너무 두려워하면 발칙하고 재미있는 문장을 쓰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꼭 그럴 필요가 없는 책이라면, 논리의 고삐를 놓고 감정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풀어주면 어떨까 싶네요.”

 

나탈리 골드버그의 말처럼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조금 어수룩한 바보가 되어도 괜찮다.” 부끄러워할 필요도 움츠러들 필요도 없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일단 써라. 쓰기부터 하라. 그리고 써내려가라.

 

|북에디터 정선영. 책을 들면 고양이에게 방해받고, 기타를 들면 고양이가 도망가는 삶을 살고 있다. 기타와 고양이, 책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삶을 꿈꾼다. 인스타그램 도도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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