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스트리트북스] 일, 해도 해도 하기 싫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잖아!

에디터 박단비 / 기사승인 : 2024-01-31 13: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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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놀놀일┃저자: 김규림, 이승희┃웅진지식하우스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다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북에디터 박단비] 본격적으로 돈벌이를 시작하면서 “꿈이 뭐예요?”라는 질문이 싫어졌다. 초등학생 때부터 들었던 이 식상한 질문은 대부분 어떤 직업을 가질 거냐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진짜 사회인이 되고 나서는 어떤 방향으로 삶을 살아갈 것인지, 가슴 뛰는 일은 있는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등 다양한 의미로 해석이 가능해졌지만, 학창 시절만 해도 분명 어떤 직업을 꿈꾸는가에 대한 물음에 가까웠다.

 

꿈과 직업은 엄연히 다른데. 둘을 일치시키는 일은 정말 어려운데. 왜 어른들은 꿈과 직업을 동일시했던 걸까?

 

처음 직업을 선택할 때는 나 역시 직업과 꿈을 구분하지 못했다. 여태 꿈이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좋아하는 일에 방점을 두고, 돈을 버는 생산적인 일은 뒤로 미뤘다. ‘꿈을 좇다 보면 돈은 따라오는 거야.’ 결국 어른들의 물음에 따라 답을 찾던 20대는 방송국 작가에서 도서 편집자가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의 성향과 가치관에 아주 잘 맞는 답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돈보다 꿈을 더 중요하게 여길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업은 실리적인 게 더 좋았다. 꿈은 직장 밖에서 찾자. 내 마음대로 할 수도 없는 회사 생활에서 꿈과 희망을 찾느니 업은 업대로 꿈은 꿈대로 찾는 길을 택했다. 사회 맛을 좀 본 자의 합리화였을지도 모른다.

 

점점 굳어지는 꿈업불일치론을 주변에 열심히 설파하던 와중, 책 <일놀놀일>을 만났다. 일하듯이 놀고 놀듯이 일한다는 두 마케터 이야기는, 일단 모든 걸 덮어놓고 부러웠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경지에 이르게 됐는지 궁금했다. 꿈업을 일치할 수 있는 특별한 직장에 다니는 걸까? 역시 자기 사업을 시작했을까? 아니면 우연하게도 자기 직업에 딱 맞는 엄청난 재능을 가진 사람일까? 혹여나, 혹시나, 만에 하나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일놀놀일을 할 수 있는 그 방법, 나도 좀 알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에는 일놀놀일을 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소개되지는 않는다. 오호통재라! 다만, 어떤 자세와 마음으로 일을 해야 놀 듯 일할 수 있고, 놀면서도 일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뭐, 마음만 바꿔 먹어도 많은 것이 바뀌기 마련이니까. 일놀놀일에 대한 나름의 힌트는 얻을 수 있다.

 

<일놀놀일>에는 동료, 꼰대, 공간, 재능, 영감 등 일과 연관된 주제에 대한 두 저자 생각이 짤막한 그림과 글로 소개된다. 비슷하게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나와는 달라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그래, 이렇게 생각해야 일하듯 놀고, 놀 듯 일할 수 있구먼.

 

일에 대한 두 저자의 열정과 즐거움이 마구 느껴져, 읽으면서는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하지만 이내 현실적인 생각이 든다. 억지로 따라 할 필요는 없겠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른데 어떻게 다 이렇게 재밌게 돈을 벌겠는가.

 

다만 매일매일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직장 생활을 조금이라도 즐거이 보낼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 필요는 있겠단 생각이 든다. 너무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을 칼같이 나누면서, 나에게 떨어지는 이득과 희생의 무게를 저울질하면서 나 자신을 괴롭게 만들지는 않아야지. 어차피 해야 하는 거.

 

여전히 꿈은 회사 밖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전보다는 마음이 편해졌다. 억지로 일과 꿈을 나눈 탓에 잃었던 일이 주는 즐거움, 만족감, 의미 등을 되찾은 느낌이다. 일에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고, 꿈에 너무 의미를 두지 말아야지.

 

일과 꿈을 동일시할 필요도 없지만, 너무 구분 지을 필요도 없다. 여태 하던 것처럼 야금야금 나만의 즐거움을 찾으면 된다. 위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서 조금씩 내 취향을 섞고, 나만의 규칙을 만들고, 요리조리 눈치껏 나를 위한 보상도 남기고. 이 정도면 두 저자처럼 완벽한 경지의 일놀놀일은 아니더라도, 세미 일놀놀일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루하루 밥벌이를 위해 꾸역꾸역 일하는 사람들에게 가볍게 환기할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완벽한 일놀놀일까지는 어려워도, 세미 일놀놀일러 정도는 될 수도 있다. 강-추!

 

 

|북에디터 박단비. 종이책을 사랑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부동산 이슈로 e북을 더 많이 사보고 있다. 물론 예쁜 표지의 책은 여전히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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