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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피나' |
너무나도 유명한 이 말은 현대무용 안무가 피나 바우쉬가 했다. 테크닉이 아니라 충동, 형식이 아니라 감정의 근원. 빔 벤더스의 2011년 다큐멘터리 영화 〈피나〉가 이달 재개봉했다.
피나 바우쉬(1940~2009)의 본명은 필리핀 바우쉬, 독일 졸링엔 출신으로 에센 폴크방 스쿨에서 표현주의 무용의 거장 쿠르트 요스에게 사사했다. 뉴욕 무대를 거쳐 1973년 부퍼탈 시립극장 예술감독으로 부임하며 탄츠테아터 부퍼탈을 이끌었다. 전통 발레를 과감히 거부한 그녀는 일상적 몸짓, 끝없는 반복, 대사, 소품을 무대 위로 끌어들여 ‘탄츠테아터’란 새 장르를 창안했다.
무용수에게 “오늘 기분이 어때?”라고 물으며 즉흥성을 끌어내는 리허설 방식은 당시로선 혁명이었다. 에든버러·파리 페스티벌을 석권하고 1984년 LA 올림픽 개막식 공연 연출로 절정에 달했으나, 2009년 여름 암 진단을 받은 지 불과 5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69세. 그 충격은 부고가 아닌 공백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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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피나' |
빔 벤더스가 카메라를 든 것은 20년의 약속 때문이었다. 1980년대 베니스에서 피나의 공연을 처음 본 순간부터 탄츠테아터에 매료됐고, 다큐멘터리 제작을 꿈꿨다. 그러나 무용의 역동성을 평면 스크린으로 옮기는 게 불가능하다고 여겨 번번이 포기했다. 2007년 칸 영화제에서 3D 콘서트 영화를 본 뒤 비로소 길이 보였다. 두 사람은 함께 프로젝트를 준비했으나 촬영 개시 직전 피나가 떠났다.
벤더스 감독이 손을 놓지 않은 이 영화는 CGI 없이 실사 100%로 3D를 구현했다. 카메라 두 대를 인간 양안 거리인 6~7cm로 배치해 거울로 조율하는 방식으로, 무용수의 땀방울·근육 떨림·숨결까지 입체로 포착해냈다.
촬영 공간은 무대에 국한되지 않았다. 부퍼탈의 거리, 공장, 모노레일 트램, 거친 자연이 모두 무대가 됐다. 무용수는 도심과 야외를 누비며 춤췄고, 카메라는 그 사이를 파고들었다. 무용수의 짤막한 육성 증언이 인터뷰 형식으로 삽입되며 피나의 인간적 면모를 간접적으로 복원한다.
아쉽게도 이번 재개봉은 2D로만 상영한다. 대형 화면과 사운드로 만날 수 있어 반갑지만, 당초 3D가 이 영화의 핵심 언어였던 만큼 공연장에서 관람객이 느끼는 몰입감을 온전히 체험할 수 없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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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피나' |
영화는 피나 바우쉬의 대표작 네 편을 중심축으로 삼는다.
〈봄의 제전〉(1975)은 스트라빈스키의 음악과 붉은 흙이 쌓인 무대 위에서 시작된다. 남녀 무용수 집단이 격렬하게 움직이며 한 여성이 희생자로 지목되고 죽음으로 치닫는 구조다. 서사적 플롯 대신 반복되는 군무와 원초적 폭력이 축적되며 생명력과 죽음의 본능을 동시에 환기한다. 에피소드와 이미지의 콜라주가 현대 사회의 희생 의식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카페 뮐러〉(1978)는 피나 자신의 어린 시절 카페 기억에서 출발한 미니멀한 작품이다. 테이블, 의자, 문만 남은 무대에서 흰 옷 차림의 몽유병자가 비틀거리며 서로 충돌한다. 의자를 치우는 남자, 반복적으로 조작당하는 여자의 동작이 쌓이며 사랑의 어색함과 인간관계의 소외를 드러낸다. 일상적 몸짓과 극도의 절제가 오히려 불편한 감정의 리듬을 선명하게 포착한다.
〈콘탁트호프〉(1978)는 댄스홀을 배경으로 남녀 간 만남의 호기심, 욕망, 잔인함을 탐구한다. 영화는 원작 무용수, 65세 이상 노인, 십대 청소년 세 버전을 교차 편집해 보편성을 강조한다. 팔짱 끼기, 밀치기, 접촉과 회피 같은 신체 동작이 반복되며 연령을 초월한 인간 본성의 민낯을 드러낸다. 피나의 신체적 솔직함이 가장 직접적으로 발휘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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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피나' |
〈보름달〉(2006)은 물에 잠긴 무대와 거대한 바위가 배경이다. 무용수는 비바람 속에서 사랑을 갈구하며 거칠고 처절하게 움직인다. 물 이미지를 통해 내면의 공포와 희망을 동시에 표현하는 후기 작품으로, 콜라주 기법이 절정에 달한다. 감각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이 작품은 관객에게 가장 직관적인 감동을 남긴다.
피나가 없는 자리를 채운 것은 결국 그가 몸으로 가르친 언어였다. 영화 〈피나〉는 애도의 형식을 빌린 헌정이자, 춤이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이다. 스크린 앞에 앉은 관객은 어느 순간, 보는 것이 아니라 감각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빔 벤더스 감독은 “피나는 나에게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 느끼는 방식을 보여줬다”며 “탄츠테아터 부퍼탈의 무용수가 그의 언어로 계속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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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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