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하게 결정해야”…서울시, 연세로 ‘차없는 거리’ 존폐 결정 내년 6월로 연기

김성호 기자 / 기사승인 : 2023-09-18 17: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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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상권매출만 봐선 안 돼”…서울시, 6개월간 더 면밀히 분석
서울시 “시민들의 폭넓은 의견 청취해 정책 방향 결정에 반영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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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일대 대중교통전용지구해제 여부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서대문구가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서대문구의 입장을 들어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사진 =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뉴스밸런스 = 김성호 기자]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가 다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변경돼 운영된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10월 1일부터 연세로를 대중교통전용지구(이하 전용지구)로 돌리고 내년 3월까지 교통과 환경, 상권 등 영향을 살핀 뒤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6월 전용지구 존폐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는 버스와 16인승 이상 승합차, 긴급 차량, 자전거만 연세로 통행이 허용되며 택시(오후 11시 시 ~ 익일 오전 5시), 사전허가 조업차량(오전 10~11시, 오후 3~4시)은 제한적으로 통행할 수 있다.

연세로는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대삼거리까지 이어지는 길이 550m 거리로 2014년 1월 보행자·대중교통 전용 공간으로 지정됐다.

전용지구 지정 전까지 연세로가 만성적인 교통체증에 시달렸고 좁은 인도에 불법 노점상까지 늘어서며 보행자들이 항상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연세로를 전용지구로 지정하고 보도 폭을 최대 8m까지 넓혔으며, 교통약자의 이동을 고려해 차도와 보도 턱을 제거하는 등 보행환경을 대폭 개선했다.

서울시는 “연세로를 전용지구로 지정한 뒤 차량의 평균 시속이 10Km 미만으로 상습 정체 구역이었던 주변이 대중교통 중심으로 바뀌면서 교통사고 위험은 현저히 줄어들었고 신촌지역을 찾는 시민들도 늘어났다”면서 “이러한 유동인구의 증가는 신촌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8년 이후 인근 상권과의 경쟁 심화,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상권이 악화하면서 서대문구와 지역 상인들은 전용지구 해제를 요구했다. 이에 서울시는 서대문구와 협의를 거쳐 올해 1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모든 차량의 운행을 허용하는 ‘정책 실험’ 기간을 갖고 있다.

서울시는 이 기간 동안의 실험을 통해 전용지구 해제가 보행환경, 인근 상권 매출, 교통 흐름 등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해 올해 9월 전용지구 운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전용지구 임시 해제 기간 동안 당초 우려했던 교통혼잡은 크게 발생하지 않았으나 일반차량 진입으로 퇴근시간(오후 7시 이후) 통행속도가 다소 감소하여 정채가 발생했으며, 특히 버스 정시성이 악화하여 대중교통 이용객의 불편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 통행량 증가로 교통정체가 심화할 경우 배기가스를 보행자들이 흡입하게 되는 등 보행자의 건강문제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상권 측면에서는 서울신용보증재단 공식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용지구 일시정지 기간인 올해 1분기 신촌역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으나, 유사 대학 상권 매출 역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매출 증가가 코로나19 종식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인지를 검증할 필요가 있으며 연세로 상권 내에서도 상점 규모와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상권의 번성과 쇠퇴는 점포의 경쟁력, 상권 특성,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변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할 수 있으며 차량통제로 인해 상권이 쇠퇴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있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서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17%는 수송부문에서 발생하고 있어 자동차 이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전용지구를 폐지하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을 강조해 온 서울시의 기조에도 맞지 않으며, 충분한 검증과 시민적 합의 없이 성급히 전용지구를 해제하는 것은 미래세대에 대한 무책임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에 서울시는 연세로에 버스만 다닐 수 있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용을 재개하고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6개월간의 각종 추이를 확인한 뒤 전문가, 시민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하여 내년 6월 전용지구 존폐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윤종장 도시교통실장은 “신촌 연세로 전용지구는 ‘보행 친화 도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시발점이었으며 대기질 개선, 기후위기 대응책으로 큰 상징성을 가진 정책인 만큼 신중한 결정이 필요했다”며, “전용지구로 돌아갔을 때 연세로의 특유의 활력있는 변화, 매력적인 공간으로 부흥할지도 궁금하며, 향후 시민들의 폭넓은 의견을 청취해 정책 방향 결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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