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스트리트북스] 글쓰기 슬럼프에 빠졌다면

강미유 기자 / 기사승인 : 2025-12-24 03: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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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저자: 곽재식 |위즈덤하우스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북에디터 이미연] 이번 홍스북 칼럼을 쓰느라 책을 세 번이나 바꿨다. 처음에는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그다음 두 번은 앞부분을 쓰다가 그만두었다. 마감일은 점점 다가오고 어떻게든 써야 했다.

 

치트 키를 써야겠다.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를 꺼냈다. 몇 해 전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 이 책으로는 끝까지 쓸 수 있겠다 싶었다.

 

그때 이 책을 읽게 된 건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 곽재식 작가편을 시청한 후였다. 곽 작가가 “궁금하지 않아요? 궁금하잖아요!” 하는데, 이렇게 호기심 많은 작가의 글쓰기는 어떨지 궁금해졌다.

 

이전에는 곽재식 작가의 단편 소설을 몇 편 읽었지만 다른 글까지 읽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게다가 어떻게든 글을 쓸 수 있게 해줄 것 같은 제목이었다.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에는 곽 작가가 글 쓰는 중에 겪은 어려움, 고민과 그걸 해결하려 시도해 본 여러 방법이 담겨 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얍삽해 보이거나 천박해 보일까 봐 지금까지 남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방법’까지 담았다. 하지만 얍삽이나 천박보다는 사수에게 배우는 실무 꿀팁 같았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도, 이번에 다시 읽을 때도 그러한 솔직함이 참 좋았다. 강요도 주장도 아닌, ‘글을 쓰다 막힐 때 이런 방법을 써 봤더니 좋았다’는 담백한 후기 공유 수준이다. 

 

무엇보다, 글의 의미보다 재미에 초점을 맞춘 점이 좋았다. 재미있는 글을 어떻게 쓰는지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웃게 됐다.

 

같은 이유로 “이도 저도 안 될 땐 고양이 이야기를 써라” 편을 가장 좋아한다. 고작 다섯 줄로 적힌, 이 책에서 가장 짧은 글이지만 이 글만 읽어도 재밌겠다.

 

곽 작가는 모두에게 맞는 방법, 마법 같은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그저 이런저런 조심해야 할 것과 몇 가지 수단이 있으니 잘 참고해서 자기에게 맞게 최대한 같이 버텨보자고 말할 뿐이다. ‘최대한 같이 버텨보자’는 그 말이 어찌나 위로가 되던지.

 

글 쓰는 이라면 누구나 ‘내 글 구려 병’에 걸린다. 다른 사람 글은 참 좋아 보이는데 내 글만 이상해 보이는 병이다. 뭐라도 써야 할 것 같지만 앞부분만 쓰다 지워버리기 일쑤다.

 

그럴 때 이 책을 읽자. 어떻게든 글을 써 보자. 특히 소설 등을 쓰고 싶은 이야기꾼에게 이 책을 적극 권한다.

 

 
|이미연. 출판업계를 뜰 거라고 해 놓고 책방까지 열었다. 수원에 있지만 홍대로 자주 소환된다.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한다. 인스타그램 담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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