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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
첫째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의 회담. 이는 바이든 대북정책의 실패를 상징한다. 바이든 정부는 2년 반 동안 북한에 대해 무관심했다.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결과는 북한의 거침없는 미사일 도발과 더 가까워진 북한과 러시아, 중국 관계다.
둘째 한국에 동결됐던 이란 자금 60억 달러 송금. 버락 오바마 정부에 이어 바이든 정부도 핵무기를 개발하는 이란에게 막대한 돈을 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두 정부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과 거짓말도 했다. 동맹국 한국에 대해서도 언제든지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도움으로 이란이 챙기는 자금은 대한민국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
■ 미국의 북한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바이든 정부 이후 북한 상황은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 북한은 75개 이상 미사일을 발사했다. 올해에만 첫 번째 대륙간탄도 미사일을 포함해 20개 미사일을 쏘았다. 7차 핵실험 준비를 시작했다. 2022년 “핵무기 계획은 돌이킬 수 없다. 비핵화 협상은 더 이상 없다”고 선언할 정도로 오만해졌다.
그 사이 북한, 러시아, 중국은 더 긴밀해졌다. 22년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 지원의 UN 안보리 결의안을 거부했다. 1993년 이후 첫 번째 거부권 행사였다. 지난 7월 러시아 국방장관과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은 평양에서 김정은과 함께 대규모 열병식을 관람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는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못하도록 묶었다. 바이든은 전임자의 정책을 무시했다. 국가안보 전략을 밝힐 때나 UN 총회 연설 등에서도 북한을 언급한 적이 없다. 북한에 임시 특사만 보냈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북한과 대화 노력도 없었다. 짐짓 무언가 하는 체 할 뿐이다.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자체 핵무기 개발 등을 언급하자 바이든은 부랴부랴 전 국방부 차관을 파견해 포기를 설득했다. 미국의 안보전문가는 “윤 대통령 국빈 방문과 한미 정상회담이 급히 계획되어 열렸다”고 지적했다. 고도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미리 준비된 회담이 아니었다. 당장의 불을 끄기 위한 일종의 정치 쇼였다. 두 정상이 채택한 ‘워싱턴 선언’ 역시 북한의 현재 핵보다는 한국의 미래 핵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순서가 바뀌었다. 미국 전문가들도 “한국이 미국의 교묘한 덫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한국의 핵무장에는 완강하나 북한 비핵화 방안은 내 놓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란의 핵무기는 용인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이중 행태다.
■ 이란 핵무기는 미국 지원으로 완성되고 있다
국제정세에서 이란은 북한보다 훨씬 더 위험한 국가로 간주된다. 정권의 호전성 때문. 이란은 핵무기 완성 단계에 있다. 한 달 안에 핵탄두 6개를 만들 우라늄 생산 재료와 기술을 갖고 있다.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북한과 러시아, 중국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의 지원이 결정적이다.
이란은 중동에 큰 군사 지배력을 가진다. 시리아에 1만 명의 군대를 파견하고 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 예멘의 후티스 등 과격 무장 조직들의 강력한 지원자다. 이란은 러시아에서 중국 자금으로 공격용 드론을 합작 생산하고 있다. 2021년 이란은 중국과 25년에 걸친 전략제휴 협정을 맺었다. 중국은 4천억 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한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북한과의 관계. 이란과 북한은 전략적 동반자다. 북한 기술자들이 이란에서 미사일과 핵 개발에 참여했다. 이란 전문가들이 북한 핵실험을 참관했다. 이란은 북한의 불법 수출 체제를 활용하여 다양한 탄도 미사일을 개발했다. 북한과 이란은 특수 작전, 지하 시설과 관련된 군사 기술을 활발하게 교환해 왔다. 두 나라의 공동 목표는 미국붕괴다.
이런 이란에, 미국은 자신들이 제재로 묶었던 돈을 송금토록 했다. 제재 원칙을 깨면서 한국에 동결된 자금으로 인질 몸값을 주는 것은 잘못된 일. 미국 내 반대가 심하다. 상원 외교위원장 등 민주당 의원들조차 “수십 년에 걸친 이란 정권의 나쁜 행태를 보상하는 것은 대단히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백악관과 국무부는 “몸값이 아니다. 원래 이란 돈 돌려주는 것”이라며 식량과 약품 구입 등 ‘인도적 목적’에만 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 거짓말에 가깝다.
이란은 돈을 받기도 전에 ‘인도적 목적’을 일축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미국 방송 회견에서 “인도적 활용은 이란인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 그 필요는 이란 정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어떤 반박도 안 했다. 과거 우리가 북한에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한 쌀은 군량미로 전용됐다. 이란에 주는 돈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 ‘인도적 목적’으로 쓰이지 않을 것임을 미국이 모를 리 없다. 그러면서도 국제사회를 상대로 말장난을 한 것이다.
‘이란 돈’ 착시를 일으키려는 함정이다. 2018년 트럼프는 “오바마가 이란과 핵협상을 하면서 비밀리에 현금 17억 달러를 이란에 보냈다”고 밝혔다. 오바마 측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외교정책에 관한한 늘 민주당 정권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 워싱턴포스트가 “법적 합의에 따라 ‘이란 돈’을 돌려주는 것”이라며 변명에 나섰다.
이슬람 혁명 전 팔레비 왕조는 무기 구입비 4억 달러를 미국 국방부 계좌에 선불 지급했다. 혁명 이후 1981년, 이란은 국제사법재판소에 반환 소송을 냈다. 30여 년이 지나 오바마 정부는 4억 달러에다 이자 13억 달러까지 붙여서 줬다. 60-70억 달러 요구를 크게 깎았다는 것. 워싱턴포스트는 잘한 협상이라 칭찬했다.
그러나 터무니없는 협상이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이란의 계약 위반 위약금 8억 달러를 달라는 반대 소송을 냈다. 그런데도 돈을 받기는커녕 어마어마한 이자까지 주었다. 이란 핵 협정에 사활을 건 오바마는 “이란 돈”이란 딱지를 붙여 국민을 속였다.
■ 이란의 돈은 북한으로 간다
이란은 미국의 도움으로 많은 돈을 챙겨 오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핵 협정을 위해 2014년부터 16년까지 비밀 거래를 통해 336억 달러의 현금과 금을 이란에게 주었다. 미국 의회 증언에서 밝혀졌다.
이번의 60억 달러 만이 아니다. 2021년 이란이 나포한 한국 선박과 선원들을 풀어주는 대가로 한국에 동결된 10억 달러가 이란으로 갔다. 안토니 블린켄 국무장관은 한국 정부에 동결을 풀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거짓말이었다. 협상 타결은 이란과의 대화를 위한 “미국의 어마어마한 노력 속에 이뤄진 것”이었다. 미국은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의 최고 외교 성과라는 이란 핵 협정은 트럼프가 “최악의 협정”이라며 탈퇴해 버렸다. 바이든은 취임하자마자 협정 복원에 매달렸다. 그 돈은 이란을 협상에 끌어내기 위한 뒷돈이었다.
바이든 정부가 주요 제재를 풀어주었기 때문에 이란은 450억 달러의 원유 수출 수입을 올렸다. 이라크에 있던 100억 달러를 천연가스 구매 대금을 상환하는 명목으로 돌려받았다. 최근 이란 외무장관은 일본을 방문, 동결 자금 30억 달러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튀르키에, 그리스 등 여러 나라에 그런 돈이 있다. 바이든 정부는 각종 구실을 붙여 풀려할 것이다. 오바마·바이든 세력은 팔레스타인과, 수니파 이슬람 정치조직들을 아우르는 ‘무슬림 브라더후드’와의 긴밀한 관계 때문에 이란을 지원한다. 이란은 시아파이나 ‘무슬림 브라더후드’와 정치목표를 공유한다.
이란은 한국에서 6,650km 떨어진 먼 나라다. 그러나 한국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무더기로 풀리는 돈은 한반도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다. 이란은 내부 혁명과 경제난으로 정권 생존에 직면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 협력하는 동진정책을 적극 추진한다. 이란으로 간 돈은 북한으로 갈 것이다. 무기 구매 등 북한을 지원하고 투자하는데 쓰일 수 있다.
핵보유국이 될 이란은 러시아, 중국과 함께 북한의 든든한 배후 세력이다. 북한은 더 설칠 것이다. 핵을 가진 4개국을 한국은 감당해야 한다. 미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러나 21년 미국의 이란특사는 “미국과 동맹국들은 핵무기를 가진 이란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에 대한 항복으로 간주된 발언이었다. 바이든 정부는 이미 이란 핵을 용인했다. 돈 주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란을 도우면서 북한 핵을 없앨 명분이 없다. 강력한 의지와 정교한 전략이 있을 수 없다. 짐짓 한국과 협력하는 척 할 뿐이다. 미국이 아니다. 바이든 정부를 믿어서는 안 된다.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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