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영화 '파리, 밤의 여행자들' |
미카엘 허스 감독이 연출한 <파리, 밤의 여행자들>은 그 시절 도시의 공기와 풍경, 그 안에서 살아가던 이들의 소소한 일상을 따뜻하게 담아냈다. 평범한 대화, 함께 영화를 보는 순간, 서로의 외로움을 나누는 시간 같은 일상의 단편들이 모여 한 편의 서사시를 이룬다.
영화는 특별한 사건 없이도 삶의 아름다움을 포착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과거를 향한 향수와 함께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80년대 파리는 단순한 시대적 배경을 넘어 그 시절만의 느린 리듬과 따뜻한 감성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이혼 후 두 자녀와 함께 파리에서 새 출발을 꿈꾸는 엘리자베트(샤를로뜨 갱스부르)는 이혼 후 홀로서기 위해 즐겨 듣던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의 전화 교환원으로 일하게 된다. DJ와 청취자를 연결하며 달라진 삶에 적응해가던 그는 라디오 게스트로 출연한 소녀 탈룰라(노에이 아비타)가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선뜻 그를 집으로 초대한다. 자유로운 영혼의 탈룰라가 가족에게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으면서 집안 분위기는 조금씩 변화한다. 특히 아들 마티아스(키토-라용 리슈테르)는 탈룰라와 묘한 감정을 나누며 가까워진다. 서로의 온기를 채워가던 어느 날, 탈룰라는 아무런 말도 없이 홀연히 사라진다. 영화는 7년에 걸친 시간 동안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는 인물들의 여정을 따라간다.
이 영화를 매력적이게 하는 지점은 1980년대의 아날로그 감성을 생생하게 되살린 디테일에 있다. 극 중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밤의 여행자들’은 당시 프랑스에서 실제 방영되었던 ‘밤중의 사건들’이라는 라디오 쇼에서 착안했다. 청취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던 그 시절의 소통 방식을 재현한다.
![]() |
| 영화 '파리, 밤의 여행자들' |
예술영화관 에스쿠리알에서 일하는 탈룰라의 모습, 슈퍼 16mm 필름으로 촬영한 파리 거리의 풍경, 당시 아카이브 푸티지를 활용한 장면들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시대의 공기 자체를 스크린 위에 옮겨놓는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빛나는 지점은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선의와 다정함이다. 엘리자베트는 낯선 소녀를 기꺼이 품어 안고, 탈룰라는 가족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선사하며, 사람들은 서로를 돕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준다. 갈등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타인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순간에서 나오는 힘을 믿는 영화는, 작은 친절이 큰 위로가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다. 이별과 첫사랑, 독립이라는 인생의 변곡점을 지나는 인물들은 각자의 속도로 성장하며 새로운 아침을 맞이한다.
미카엘 허스 감독은 “이 영화는 갈등과 충돌을 에너지로 삼지 않는다”며 “타인을 사랑하고, 돕고, 지켜보고, 받아들이는 순간에서 나오는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 |
| 영화 '파리, 밤의 여행자들' |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저작권자ⓒ 뉴스밸런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