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유의 ailleurs] 믿고 볼 수 있는 이설의 탈북민 연기

강미유 기자 / 기사승인 : 2023-10-17 00: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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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있는 사람 |95분 | 감독: 곽은미 |배급: 찬란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
[칼럼니스 강미유]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박한영입니다. 성의를 다해 가이드 할 테니, 저를 믿으시고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재중동포나 한국어를 배운 외국인과는 분명 다른 말투다. 그렇다. 이설이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에서 연기하는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는 탈북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곽은미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그는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여성 드라마를 개성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할 만한 여주인공을 캐스팅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게 찾던 중 드라마 <옥란면옥>에서 이설의 탈북민 역을 보았다.

 

곽은미 감독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연기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첫 미팅을 가졌을 때 양면이 공존하는 얼굴이 좋았던 것 같다. 아이디어를 많이 제시해주시기도 했다”고 이설 캐스팅 과정을 회상했다.

 

이설은 이 영화로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분 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

다시 영화로 되돌아가보자. 한영은 탈북민으로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 왔다. 중국어가 특기인 그는 한창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던 2015년 자격증을 취득해 가이드 일을 시작한다. 중국어가 모국어인 재중동포와 힘들게 경쟁하며 간신히 밥벌이 좀 할 만해지려고 하니,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를 계기로 중국정부는 방한 단체 관광을 금지하고 일거리가 급감한다. 할 수 없이 호구지책으로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돈을 많이 벌겠다는 한영의 꿈에서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다.

 

그 후는 영화에 나오지 않았지만, 2020년부터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관광산업 자체가 전면 중단된다. 여행사 직원조차 아닌, 프리랜서 관광통역안내사 한영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을 것이다.

 

곽은미 감독은 “환경적인 영향이 얼마나 사람을 지배하는지에 대해 관찰하고 싶었다”며 “돈을 많이 벌어, 잘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한국에 왔지만 외교문제 때문에 가이드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심지어 함께 한국으로 온 동생과 친구를 잃게 되는 과정에서 생존을 위한 단단함을 지닌 대신, 그만큼의 고립감을 감당해야 하는 한영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연출함에 있어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가장 중요시하는데 단순한 탈북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임이 전달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

|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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