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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
북한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곳이 민주당 소속 시장과 검사장이 장악한 미국의 대도시들. 현대·기아 자동차가 엔진 이모빌라이저라는 도난 방지 장치를 탑재하지 않았다며 곤욕을 치르고 있는 곳이다. 그 도시들의 공권력은 차를 훔치는 ‘범죄자’를 제대로 붙잡아 처벌치 않는다. 훔칠 마음을 자극했다고, 쉽게 도둑질하도록 만들었으니 두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몰아붙인다. 뉴욕타임즈 같은 신문들과 판사도 거든다. 그들이 책임을 물려야 하는 것은 절도범들인데도...
30여 년 전 브라질 상파울루. 지인이 50cm가 넘는 막대 자물쇠 두 개를 운전대와 제동장치에 굳게 채웠다. 그는 “하룻밤에 수백 대가 도난당하는데도 공권력은 완전 손을 놓고 있다. 무법천지”라고 말했다.
무지막지한 방법으로 차를 지키는 것보다 공권력이 철저하게 절도를 단속하는 것이 먼저다. 지극한 상식. 미국에는 반대다. 세상 이치가 거꾸로 되었다. 노트북을 둔 채 화장실에 가는 것이 익숙한 한국인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법과 질서의 상징처럼 인식되어 온 미국이 아니던가? 미국 대도시는 북한이나 상파울루나 다름없는 ‘범죄도시’다.
■ 범죄를 방관하는 민주당 시장과 검사장들
8월24일 시카고가 현대·기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뉴욕, 밀워키, 시애틀 등에 이어 11번째. 시 정부는 철사로 시동을 걸어 훔치는 것보다 현대나 기아차 훔치는 것이 훨씬 쉽다고 소장에 적었다. 조롱이다. 시장은 현대·기아의 태만으로 차 도난이란 국가적 범죄 사태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정도라면 절도범을 뿌리 뽑는 대책을 먼저 세워야 할 것이다. 아무 언급이 없다. 무책임한 공권력이다. 그러니 4일 하루에만 시카고 도심에서 15명이 총상을 입었다. 올해 8개월 동안 403명이 살해당했다.
앞서 연방판사는 현대·기아의 2011‧2022년 모델 900만 대의 차량을 대상으로 한 2억 달러의 집단 소송 합의안 승인을 거부했다. 판사는 자동차 소유자에게 "공정하고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했다.
북한 공권력은 인민의 삶의 질에는 아예 무관심하고 극도로 썩었다. 생활 범죄를 방치한다. 그러나 미국의 민주당 시장과 검사장들은 의도적으로 범죄를 방관한다. 마르크스 이념을 따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르크스주의에 바탕을 둔 ‘비판 법률 이론’에 따라 법을 운용한다. “대부분의 미국 법들은 권력자들과 부자들을 위한 것이다. 부자들은 결코 어길 필요가 없는 법을, 가난한 사람들이 어기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사회 정의의 검사들’이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법과 질서에 대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곳이 대도시들이다. 그곳에는 “남의 물건을 훔치면 안 된다”는 시민의식도, 절도를 막는 공권력도 거의 없다.
소송은 낸 11개시의 시장은 모두 민주당. 선출된 11명의 검사장 가운데 9명도 민주당. 올해 초 국립고속도로교통안전청에 도난 당하기 쉬운 현대·기아차의 리콜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17개 주와 워싱턴 디시 검찰총장들도 모두 민주당이다. 좌파들의 대동단결이다.
2020년 1월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에 뽑힌 체이시 부딘은 첫 기자회견에서 “가난은 범죄가 아니다. 가난한 사람은 기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산주의자다. 민주당 검사장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저지르기 때문에 공공 소란과 길거리 방뇨, 진열장 깨고 물건 탈취, 약탈, 상점절도, 심지어 폭력적인 공격도 더 이상 체포, 기소, 구속하지 않는다.
2020년 여름 ‘흑인들 삶은 고달프다(Black Lives Matter: BLM)’는 운동이 미국을 휩쓸었다. BLM은 백인우월주의에 의한 흑인차별 항의를 가장한 마르크스주의 폭력혁명. 모태는 신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만든 ‘비판 인종이론’이다. 시카고에서는 BLM 폭도들이 명품 가게들에서 6,000만 달러어치를 약탈했다. 일부 선동가들은 약탈을 “그동안 흑인들이 백인의 차별과 탄압을 받은 것에 대한 ‘배상’”이라고 정당화했다. “누가 구치나 나이키 가게 또는 메이시 백화점, PNC은행을 약탈하기로 결심해도 개의치 않는다. 약탈해야만 그 사람들은 입을 수 있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우리를 위해 존재하지 않았다. 원하는 것은 마음대로 털어가라”고 말했다. 사회주의자들은 약탈을 재분배라고 여긴다.
대부분의 민주당 시장이나 지사들은 BLM의 폭력 시위를 내버려 두었다. 경찰의 최루가스 사용을 막았다. 아예 경찰 배치를 금지했다. 시애틀 시장은 폭도들에 의한 일부 지역 무장 점거를 허용했다. 연방법원 건물이 불탄 포틀랜드의 검찰은 현장에서 붙잡힌 시위대의 70% 이상을 그냥 풀어주었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좌파들이 다수파인 도시에서 폭력 시위 혐의로 기소된 90%가 기각됐다”고 보도했다.
■ 잡지도 않고 잡아도 처벌하지 않는다
약탈과 폭력 시위를 방관하는 좌파 공권력 때문에 대도시 범죄 급증은 심각하다. 201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2만5,677건의 강도와 절도가 경찰에 신고 되었다. 그러나 단 1%만이 범인이 체포되었을 뿐이다. 올해 8월까지 워싱턴 디시에서 일어난 차량 절도는 670건.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 총기를 사용한 차량 강도 사건도 두 배 늘었다. 범죄 발생률 급증에도 불구하고 체포 건수는 단 3%만 증가했다.
5월 워싱턴 디시의 대형 마켓은 절도의 폭발적 증가 탓에 진열대에서 유명 상품들을 내려버렸다. 9월에도 다른 마켓이 인기 물건을 내렸다. 대신 아무도 훔쳐갈 것 같지 않은 것들만 올렸다. 지난 5년 동안 그 마켓에서 절도는 10배나 늘었다. 왈그린, 노드스톰 등 유명 업체들은 절도 등을 견디다 못해 전국의 매장 상당수를 접었다. 차량을 동원한 떼도둑들이 매장을 싹쓸이하다시피 훔쳐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도시 민주당 시장들은 ‘경찰 예산 없애기(Defund police)’에 나서고 있다. BLM 시위 이후 불붙은 운동이다. 이들은 마르크스 이론에 따라 경찰 등 법집행 기관은 백인과 흑인 사이의 사회·경제·정치적 불공평을 조장하고 유지하기 위한 인종차별적 존재라 단정한다. 경찰을 없애야 한다며 무차별 공격한다. 따라서 미국 전역에서 경찰관 수가 줄고 있다. 최근 2년 사이에 1만여 명이 줄었다. 사기도 크게 떨어졌다. 범죄 예방이나 단속에 소홀해 질 수밖에 없다.
잡지도 않고, 잡혀도 처벌받지 않는데 누가 죄짓는 것을 두려워하겠는가? 좌파 언론들은 범죄가 줄어들고 있다고 거짓 변명을 대신 한다. 뉴욕타임즈는 9월1일 칼럼에서 강력 사건이 미국 대도시에서 줄어들고 있다고 전제한 뒤 현대·기아 때문에 자동차 절도가 “눈에 번쩍 띄게 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니 차를 제대로 만들라는 것. 어디 한 군데도 범죄 자체의 심각성이나 범죄 무대책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 미국 최고라고 떠드는 신문의 부끄럽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좌파 공권력들과 언론들은 “차별받는 사람들”의 범죄라면 무조건 용서해 주려 한다. 어제의 범죄를 오늘엔 합법으로 만든다. 그러나 그들도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부딘 검사장이 지나친 봐주기 정책을 펴다 2년도 안 되어 쫓겨난 것을 봤다. 사회주의적 사고는 항상 누군가의 잘못 때문에 우리 모두 피해자라는 것. 그러기에 늘 희생양을 찾는다. 샌프란시스코는 좌파들의 본거지. 그런데도 그들은 범죄 급증으로 시민들이 크게 동요하자 이념 동지 부딘을 제물 삼아 소환했다.
차량 절도가 늘어도 막을 대책을 세우지 않는 민주당 시장과 검사장들은 비판을 피하기 위해 희생양을 찾아야 했다.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여론전을 위해 마녀사냥에 나섰다. 문화 마르크스주의의 실천이다. 거기에 현대·기아차가 걸려든 것이다. 미국의 이념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지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사람들도 정신 바짝 차려 미국을 봐야 한다.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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