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처리됐으니”…日 원전 오염수, '처리수'로 개명될까?

김성호 기자 / 기사승인 : 2023-09-04 18: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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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 변경 공감대는 형성됐지만…여론 악화 우려해 섣불리 결론 내지 못할 듯
수산업계‧자영업자 “처리수로 변경해 편안하게 사고팔고 먹게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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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는 오염수처리수논쟁입니다. 후쿠시미 원전 오염수 방류 사태를 놓고 결코 밀릴 수 없는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찬반 진영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론전 성격의 언어 전쟁인데요. ‘오염수냐’ vs ‘처리수냐’. 정치적 실익을 염두에 둔 양측의 속내와 입장을 짚어 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박대출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당직자들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국상인연합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 관련 국민의 수산물 소비 촉진 및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

 

[뉴스밸런스 = 김성호 기자] 정부‧여당과 수산업계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위축된 국내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국내 수산물의 안전성 홍보에 그야말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수산물 메뉴로 식사하는 심심찮게 언론매체에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구내식당은 4일부터 8일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우리 수산물로 요리한 메뉴를 제공한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수산물 소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과 거부감을 덜어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명칭을 ‘처리수’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할지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 “용어 정리를 한 적은 없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여권 내에서는 '오염 처리수'로 명칭 통일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부 또한 '상황에 따라 적합한 용어'를 쓰는 게 맞지 않겠냐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명칭 변경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명칭을 처리수로 변경해야 한다는 공식적인 주장은 수산업계에서 먼저 제기됐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수산업계-급식업체 간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협약식'에서 노동진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수협) 회장이 "후쿠시마 처리수와 수산업은 아무 문제가 없다"며 "이 시간 이후 (후쿠시마) '오염수'에서 '처리수'로 명칭을 변경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이날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오염 처리수'라는 말이 맞다"며 지지 의사를 표했다. 성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이미 (오염 처리수를) 공식화를 했다고 봐야 한다"고도 말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 또한 이러한 주장에 힘을 보탰다. 그는 "(성 의원 말대로) '오염 처리수'로 해야 한다. 오염된 걸 처리(정제)해서 방류하는 것이니 '오염 처리수 사태'로 불러야 한다"며 "앞으로는 논평을 포함해 '오염 처리수'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기현 대표는 같은 날 오후 경기 광주에서 열린 현장정책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용어 변경에 있어) 당 공식 입장을 정하고 그런 단계는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제반 사항들을 고려하면 (명칭 변경이) 될 것 같은데, 용어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고 중요한 건 실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1일 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객관적인 언어를 써야 한다. 초반에 내가 처리 오염수, 오염 처리수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했다가 욕을 많이 들었다'며 "지금 수산물 업자와 횟집까지 피해를 보고 있으 상태 그대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이어 "외교부도 국제 스탠다드를 따라야 한다. 국제 스탠다드는 IAEA(국제원자력기구)"라며 "IAEA는 공식적으로 후쿠시마에서 방류된 오염수를 트리티드 워터(treated water), 즉 처리수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이에 박진 외교부 장관은 "우리는 오염수라고 하는데 과학적으로 처리된 오염수가 보다 정확한 표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오염수 명칭 변경에 대해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오염수) 용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언급하자 "정부에서 어떻게 할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여당 내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명칭을 '오염 처리수'로 변경하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지만 ‘여론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 섣불리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수산업게와 자영업자들은 오염수 명칭을 처리수로 변경해 줄 것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권택준 전국상인연합회 부산지회장이 지난 1일 국민의힘이 주최한 '수산물 소비 촉진 및 전통시장 활성화 간담회'에서 "우리가 말 한마디라도 오염수라는 말보다 처리수라고 했으면 얼마나 좋겠냐"고 말했다.

권 지회장은 이어 "우리 서민들이 오염수라는 말 들으면 전통시장에 오지 않는다"며 "우리 자체라도 오염수 말 말고 처리수라 해서 정말 서민들이 전통시장 편안하게 사고팔고 먹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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