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갤수록 안전에 취약하고 사회적 비용 증가…통합이 세계적 추세”
뉴스밸런스는 우리 사회에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이슈 및 정책을 대상으로 찬성론과 반대론이 한판 승부를 벌이는 논쟁터입니다. 양측 주장과 의견을 최대한 공정하고 충실히 전달함으로써 독자들의 정확한 판단과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주제는 ’철도시설 유지보수 시행업무는 철도공사(코레일)에 위탁한다‘는 단서조항 삭제를 골자로 하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철산법) 개정안을 둘러싼 공방입니다. 이 개정안에 대한 ’찬성 vs 반대‘의 논거와 양측의 입장을 취재했습니다. <편집자 주> |
![]() |
▲철도노조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3차 철도노동자 총력결의대회를 열고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 등 민영화 촉진법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홈페이지 |
[뉴스밸런스 = 김성호 기자] “철도 민영화를 막고, 철도 안전을 지키는 것은 시민이 부여한 철도노동자의 사명이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철산법) 개정안을 폐기하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소위가 ‘철도시설 유지보수 시행업무는 철도공사(코레일)에 위탁한다’(제38조)는 문구 삭제를 골자로 하는 철산법 일부 개정안 심의(11월 21일 예정)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코레일과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법 개정에 반대한다.
첫째는 안전상의 문제다. 코레일 관계자는 “열차 운행과 유지보수 업무는 밀접하게 연관돼 철도 안전을 위해선 일원화된 운영체제가 필수적”이라며 “다수 기관이 유지보수를 맡으면 책임 있고 안정적인 유지관리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사고가 증가해 안전이 저해되고 비용도 늘어 효율성도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코레일은 개정안에는 반대한다면서도 정부의 최종 결정에는 따르겠다고 밝혔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철도는)다른 인프라에 비해 밀접도가 높아 (코레일이) 통합해 유지보수나 운행을 하는 게 맞다”며 개정안에 반대했다. 다만 “정부가 정책 방향을 결정하면 그에 맞춰 안전한 철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철도노조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조합원 4,000여 명이 참석한 결의대회를 열고 총파업과 총력투쟁 결의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철도) 운영과 유지보수가 나뉠 경우 열차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지난 2000년 영국 해트필드 열차 사고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당시 유지보수 전담회사인 레일트랙은 업무를 외주화했고, 외주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선로 관리를 소홀히 해 사고원인을 제공했는데 2018년 12월 강릉선 KTX 탈선 사고도 이와 유사하다는 주장이다.
철도노조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시공-신호설비 테스트 과정이 철저히 진행되지 않은 배경에는 철도공사와 철도공단으로 분절된 이원적 체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철도는 쪼개면 쪼갤수록 안전에 취약해지고, 사회적 비용은 오히려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독일, 프랑스, 미국, 영국, 중국, 캐나다, 러시아, 일본 등의 사례처럼 철도 운영과 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통합하는 건 세계적 추세”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이유는 이번에 철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외부 업체에 위탁할 수 있어 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철도노조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통해 철산법 개정의 논의 중단을 요구했다. 철도노조는 “지난달 26일 ‘민영화 촉진법’ 폐기 입법청원을 시작해 열흘만인 지난 5일 청원 목표 5만명의 동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철산법 38조는 지난 2003년 노사정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 결과”라며 “당시 노사정은 시설 유지보수 업무의 다단계 외주화 등 민영화를 막기 위한 공감대 형성, 시행령 등으로 둘 경우 정부 입맛에 따라 언제든 민간 개방이 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는데 철도 민영화 3종 세트를 추진 중인 윤석열 정부에서 당시의 우려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회적 합의나 논의 없이 국회 국토교통위 교통소위 몇몇 의원이 결정하려는 것은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시대적 정신과 동떨어진다”면서 “교통소위가 2003년도 당시의 사회적 합의를 뒤집겠다는 것은 철도 민자사업, 경쟁체제 등 철도 민영화와 관련 있고, 더욱이 철도직원 9,000여 명의 신분과 고용, 노동조건이 달린 문제”라고 덧붙였다.
철도노조는 지난 7일 총력결의대회에서 “21일로 예정된 국회 국토교통위 교통소위 일정에 따라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모든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 학계, 종교계와 연대해 총파업‧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최명호 철도노조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고, 국회 국토교통위 교통소위도 민주당이 다수라며 민영화 방지법을 공언한 민주당이 나서 민영화 촉진법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는 지난 6월 26일 경기 남양주시 평내동 조응천 민주당 의원 지역사무실 앞에서 ‘민주당 조응천 의원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 규탄 서울지방본부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저작권자ⓒ 뉴스밸런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