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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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 기준마저 길을 잃은 기분이다. 며칠 만에 내 월급보다 큰돈을 벌었다는 이들이 넘쳐나고, 어떤 이의 몇 시간은 내 몇 년 치 연봉과 맞먹는다. 세상은 또 어찌나 가혹한지, 지인과 가볍게 밥을 먹고 차를 한 잔 마셔도 지갑이 훌쩍 비어버리고, 웬만한 물건은 10만 원을 우습게 호가한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고 어지럽다.
이럴 때는 결국 고전이다. 과거 내가 하던 고민도, 지금 끙끙 앓는 고민도, 미래 내가 마주할 고민도 인류는 이미 다 겪어보았다. 사람 사는 모양새가 비슷하니 웬만한 답이나 힌트는 고전, 그 속에 숨어 있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알면서도 엄두가 안 난다. 애 키우고 집안일에, 일까지 하는 일상에서 두껍고 지루한 고전을 완독하기란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빅피시 출판사에서 나온 홍기훈 교수의 <위대한 경제학 고전 30권을 1권으로 읽는 책>.
이 책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부터 리처드 탈러의 <넛지>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렬한 발자취를 남긴 경제학 명저 30권을 한 권으로 압축해 보여준다. 저자는 우리가 겪는 지금의 자본주의적 혼란과 불안감이 결코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수백 년 전의 거인들 역시 당대 모순과 위기를 온몸으로 겪었고, 그 치열한 사유의 결과물을 고전으로 남겼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거인들의 어깨에 올라서서 그들이 쓴 위대한 경제학 고전을 읽는 것이다.”
물론 이 짧은 책 한 권으로 30권 고전의 방대한 깊이를 온전히 담아낼 수는 없다. 수많은 사상의 역사가 압축되어 있어 때로는 건조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매번 반복되는 듯 흘러가는 우리의 경제사를 큰 틀에서 조망하고, 내가 겪는 불안의 실체가 어디서 왔는지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보다 훌륭한 입문서는 드물다.
월급은 고정되어 있는데 물가만 치솟는 세상, 남들 다 부자가 되는 것 같은 박탈감 속에서 중심을 잃고 있다면 거인들의 어깨 위에 살짝 올라타 보자. 과거의 기록 속에서 지금의 혼란을 바라보는 작은 안도를 얻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스스로 찾아내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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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비. 종이책을 사랑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부동산 이슈로 e북을 더 많이 사보고 있다. 물론 예쁜 표지의 책은 여전히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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