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히잡 안 해” 비난하자…성직자 터번 찢어 스카프로 사용한 ‘용감한’ 이란 여성, 결국

김성호 기자 / 기사승인 : 2025-01-09 14: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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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X(옛 트위터), 영국 매체 ‘더선’ 보도화면 캡처
[뉴스밸런스 = 김성호 기자] 이란의 한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한 성직자에게 달려들어 터번을 낚아채 풀어 헤친 뒤 항의의 표시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며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 7일(현지 시간) 영국 매체 ‘더선’는 최근 이란의 수도 테헤란 메라바드 공항 대합실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한 여성과 이를 꾸짖는 성직자 간의 불꽃 튀는 싸움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공항 대합실에서 한 성직자가 남편을 찾고 있는 한 여성에게 마구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데님 바지에 스트라이프탑 차림의 그녀는 히잡을 두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하게 꾸짖는 성직자에게 화를 냈다. 

  ▲사진=X(옛 트위터), 영국 매체 ‘더선’ 보도화면 캡처
그녀는 주변에 있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성직자에게 달려들 듯 다가갔다. 그 리고 손 쓸 틈도 없이 성직자의 머리에서 터번을 벗겨낸 뒤 그 자리에서 풀어 헤쳤다. 성직자는 당황한 듯 그냥 멈춰 서서 이 여성이 자신의 터번으로 머리 스카프로 사용하는 것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그녀는 “오, 이란 남자들이여, 나는 당신을 존경합니다. 그게 다야, 그게 다야, 나 이거 원해? 내 남편은 어디 있지? 내 남자는 어디 있지?”라고 외쳤다.

이란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 여성은 긴급 출동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에 체포됐다. IRGC는 그녀가 ‘심리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고소인의 동의를 얻어 석방했다. 언론매체들도 IRGC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진=X(옛 트위터), 영국 매체 ‘더선’ 보도화면 캡처
이날 소동은 현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한 누리꾼은 “영향력 있는 시위 퍼포먼스”라고 환호했고, 다른 누리꾼은 “이런 처우가 이란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직면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X(옛 트위터)의 한 사용자는 “신은 우리 각자가 매일 몇 번이나 이 한계점에 도달하는지 알고 있다. 남성들은 여성이 직면하는 엄청난 압박과 그녀를 반항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감정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당신을 ‘미친 놈’이라고 부르며, 그게 다야”라고 분노했다.

매체에 따르면 최근 이란에서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옷을 입는 방법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는 새로운 법안이 발표됨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엄격한 규제에 직면해 있다.

이 법안은 “벌거벗었거나, 반나체이거나, 공공장소에서 부적절하다고 여겨지는 옷을 입고 있는” 것이 적발된 여성은 누구든지 의문의 여지 없이 체포되어 사법 당국에 넘겨질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이란을 떠나는 것이 금지될 수 있으며, 심지어 최대 2년의 SNS 사용 금지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법은 아직 이란 정부에 의해 통과되지 않았지만 공무원들은 이미 이 법을 시행하고 있다고 많은 현지 여성들이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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