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메가시티 프로젝트인 미래형 도시 ‘더 라인(The Line)’ 이미지. /네옴 웹사이트 캡처 |
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가 2039년 개장으로 목표로 추진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건설 프로젝트로 지난 2017년부터 전략을 수립하고 도시계획 단계를 거쳐 현재 본격적인 실행단계에 접어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길이 170㎞, 폭 200m의 ‘미러도시(더 라인)’, 첨단산업 중심 도시 ‘옥사곤’과 친환경 관광도시 ‘트로제나’로 구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 사업비는 무려 50000억달러(한화 약 695조 원)에 달한다.
28일 영국 매체 ‘더선’에 따르면 민영방송사 ITV는 전날 ‘사우디 왕국의 발견: 사우디아라비아 내부’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건축 프로젝트를 건설한다는 명목으로 자행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여러 가지 불법 관행과 끔찍한 위반 행위들을 폭로했다.
이 방송에서 네옴시티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겁에 질린 이주 노동자들과, 네옴시티 건설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들의 가족은 ‘누라’라는 ITV 여성 잠입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임금 체불, 장시간 불법 근무, 인권 침해행위 등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 다큐는 네옴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등지의 외국인 노동자 2만1,000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네팔 외국인 고용 위원회는 650명 이상의 네팔 노동자의 사망이 아직도 설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큐에서 한 노동자는 ‘더 라인’의 고속 열차 터널 건설 현장에서 하루에 16시간씩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일주일에 5일만 일해도 84시간 이상 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매우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어졌다. 쉴 틈이 거의 없다”면서 “우리는 피곤하다. 우리는 밤낮으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사우디는 다른 나라 국민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는 거지 취급을 받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누구도 일주일에 60시간 이상 일해서는 안 된다고 법으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현지 노동자들이 등장하는 또 다른 영상에서 한 남성은 “우리는 갇힌 노예가 된 것 같다”고 말한다. 누라 기자는 다큐에서 “몇 달 동안 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말하는 많은 노동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에서 건너온 한 남성은 10개월 동안 자신의 계좌에 임금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일부 노동자들은 먹을 것을 얻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먹을 여유가 없다고 주장하며, 가족을 만나기 위해 건설 현장을 떠나는 것은 절대로 허락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네옴시티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한 운전자는 수면 부족과 지속적인 작업으로 인해 한 달에 거의 5건의 충돌 사고가 발생하는 등 많은 사고를 일으켰다고 밝혔다.
노라 기자가 발견한 또 다른 주요 문제는 바쁜 업무량, 음식과 수면 부족, 전반적인 부정적인 환경이 노동자들의 정신적 피로와 신체적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많은 경우에 이러한 스트레스는 질병으로 이어졌다.
다큐에서 ‘라주 비슈와카르마’라는 네팔 노동자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끔찍한 전화 통화가 재생됐다. 눈물을 흘리기 직전, 라주가 “제발 제 말을 들어주세요, 저는 많이 아파요. 제발 여기서 나를 구해줘, 너 좀 구해줘야 해”라고 호소했다.
라주의 친구와 가족들에 따르면 그의 건강은 급격히 악화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매일 일을 해야 했다. 심지어 동료 노동자들이 그를 휠체어에 태워 옮겨 다녀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자신의 임금의 5개월치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라주는 그의 방에서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동료 직원들이 촬영한 충격적인 영상에는 수십 명이 분노를 삭이는 가운데 그가 다른 남성의 팔에 안겨 끌려가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자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불길에 휩싸인 건물들의 영상을 보여주며 시위에 나섰다.
네팔 인권 변호사 아누라그 데브코타는 “이주 노동자들은 가족의 더 나은 미래와 조국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매일 이 나라를 떠나고 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우리가 얻는 것은 나무 상자 속의 시체들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네옴시티 측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 프로그램에서 제기된 주장을 평가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우리는 모든 계약자와 하도급자가 사우디아라비아 법률과 국제노동기구(ILO)의 정책에 기반한 네옴의 행동 강령을 준수할 것을 요구한다. 그들은 노동자들의 생활과 노동 조건에 대한 수시로 점검을 받고 있따”고 밝혔다.
하지만 ITV 측은 “이 다큐에 담긴 모든 혐의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제기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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