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으로 아내와 세 자녀 잃은 일본 남성…슬픔‧상실감 극복 위해 택한 것은

김성호 기자 / 기사승인 : 2024-11-12 10: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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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 케이스케와 생전의 아내 및 세 자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화면 캡처
[뉴스밸런스 = 김성호 기자] 올해 초 노토 대지진으로 아내와 세 자녀를 한꺼번에 잃은 한 일본 남성이 깊은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그들을 추모하는 사진을 티셔츠에 붙인 채 마라톤을 완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1일(현지 시간)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일본 이시카와현의 주도인 가나자와시의 경찰관 오마 케이스케(42)는 올해 초 노토 대지진으로 아내 하루카(38)와 장녀 유카(11), 장남 다이스케(9), 작은아들 소스케(3)를 잃었다.

올해 1월 1일, 일본 중부 이시카와현의 노토반도에서 규모 7.5의 지진이 발생했다. 2011년 도호쿠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지진으로, 9개 현에서 총 401명이 사망하고 1,3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으며 13만3,000 채의 가옥이 피해를 입었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그들은 아내의 부모님 집에 있었다. 오마는 집이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 혼자 집 밖으로 나가 주변을 살피는 순간, 갑자기 산사태가 일어나 집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사망했다.

당시 오마는 일본 뉴스 매체 TV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가족과 함께 죽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생명이 주어진 것이라고 믿고 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지진 발생 10개월 뒤, 오마는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0월 27일 가족과 함께 가나자와에서 열린 마라톤 경주를 완주했다”고 말했다. 오마는 유니폼을 입고 3시간 58초의 기록으로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지난 4월 마라톤 대회에 참가 신청을 했을 때, 그는 6년 동안 마라톤을 뛰지 않은 상태였다. 오마는 “학교 마라톤 경주에서 자신들의 최고 기록을 갱신하고 ‘의지가 있으면 길이 있다’는 가훈을 이행한 두 큰 남매의 정신을 계승해 마라톤 경주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오마는 마라톤 참가에 앞서 아내와 자녀의 사진을 붙인 티셔츠를 입고 동네에서 매일 10~20Km를 뛰었다. 아내의 사무실, 가족이 놀던 공원과 해안선을 달리면서 마음속으로 “나 여기 있어”라고 되뇌었다.

오마는 “마라톤을 완주했을 때 가족들이 하늘에서 ‘너 정말 잘생겼어’라고 칭찬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가족에 대한 깊은 애도에 빠져 있지만,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저만의 삶이 아닙니다. 항상 과거에 얽매여 살 수는 없잖아요.”

해당 사연을 접한 한 네티즌은 “가족들이 여전히 당신 곁에 있고 힘을 실어주고 있을 것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라며 오마를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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