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동상 불침번 보초, 철회하라”…대구시 공무원들, 연말연시 밤샘 근무에 뿔났다

최혜진 기자 / 기사승인 : 2024-12-27 05: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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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공무원노조 “어느 작자의 계획인지 모르겠지만…이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냐”
“우리가 노비냐” “유신시대 같다”…공무원 무기명 토론방에도 비판 글 잇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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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는 “‘박정희 동상 훼손 막아라대구시 vs 공무원노조, ‘공무원 불침번논란입니다. ‘박정희 동상불침번 논란과 관련하여 대구시와 공무원노조 측의 입장을 취재했습니다. <편집자 주>

 

  ▲‘박정희 동상 공무원 불침범’ 지침을 비판하는 새공무원노동조합의 성명서. /새공무원노동조합 홈페이지 캡처
[뉴스밸런스 = 최혜진 기자] 대구시가 지난 23일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설치한 뒤 공무원을 동원해 야간 불침번을 세우자, 공무원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26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대구시 공무원노동조합 중 한 곳인 ‘대구시 새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24일 ‘박정희 동상 지키려고 불침번 보초!!!, 즉시 철회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새공노는 성명에서 “시민 대부분이 시대착오적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반대해 왔는데도 대구시가 동상 제막식을 강행해 역사의 부끄러운 날로 기억됐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마저도 부족했는지, 동대구역에 세운 6억짜리 동상을 지키려고 (대구시) 행정국 직원을 동원해 18시부터 다음날 9시까지 야간 불침번 보초를 세운다고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새공노는 “어느 작자의 계획인진 모르겠지만 크리스마스 이브 선물 눈물 나게 고맙다”며 “연말연시 가족과 행복하게 보내야 할 시간에 동상하나 지키려고 불침번 근무 계획을 세운 대구시는 각성하고 즉시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대구시 공무원들이 활동하는 무기명 토론방에서는 지난 24일부터 “노비로 여기기 때문에 문에 경비로 세우는 것이냐”, “유신시대도 아니고, 공무원이기 전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을 위해 강제로 보초를 세우는 발상은 도대체 무엇이냐”, “공무원 인권은 어디에 있냐”는 등의 비판성 게시글 및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공무원은 “동상 보호가 공무원 업무인지, 타 지자체 중 동상 방호를 하는 경우가 있는지 제시해달라”며 “특히 건립 전부터 이슈가 되었는데, 예견된 문제에 대해 CCTV나 순찰 인원 등 계획을 수립하는게 먼저 아닌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구에 각종 동상이 있는데, 유독 박정희 동상만 방호하는 것이냐”면서 “근무 때 화장실, 음주자 등 위험이 있는데, 동상이 아니라 직원 안전은 누가 책임지냐”고 따졌다.

한편 동상 설치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지역 시민단체 등이 연대한 ‘박정희 우상화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지난 22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희 동상은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퇴행”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일부 시민이 동상 뒤쪽 표시석에 새겨진 ‘박정희, 대한민국 제5대∼9대 대통령’이라는 소개 문구 옆으로 “독재자”, “X새끼”, “내란원조 쿠데타 독재로 해먹음” 등의 문구를 분필로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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