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장관 “편향적인 실태조사” 비판엔…“쓴소리 한다고 ‘입틀막’” 비난
뉴스밸런스는 우리 사회에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이슈 및 정책을 대상으로 찬성론과 반대론이 한판 승부를 벌이는 논쟁터입니다. 양측 주장과 의견을 최대한 공정하고 충실히 전달함으로써 독자들의 정확한 판단과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주제는 “교육부 vs 전교조…늘봄학교 ‘졸속 운영’ 여부 놓고 신경전 격화”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초등 ‘늘봄학교’ 정책을 둘러싼 정부(교육부)‧교원단체(전교조) 간 찬반 입장을 취재했습니다.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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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학기 늘봄학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홈페이지 |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학기 늘봄학교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 교원들은 교육부의 무리한 늘봄 도입으로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교사와 학생 모두 숨 쉴 틈도 없는 늘봄학교를 중단하고, 현장의 우려를 해소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는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전국 2741개교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는 전체 늘봄학교(2741개교)의 22%에 달하는 611개 학교가 참여했으며 일부 문항의 경우 복수 선택도 가능하게 했다.
전교조는 이번 실태조사에서 ▲교사를 늘봄 강사로 투입하여 수업 준비에 차질 ▲공간 부족으로 교육과정 운영에 악영향 ▲무분별한 기간제 교사 채용으로 혼란 발생 ▲늘봄 수요조사와 실제 참여 인원 격차 발생 ▲각종 민원 증가 등의 파행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교조에 따르면 실태조사 결과, 1학기 늘봄 프로그램에 투입된 강사 인력 중 교사가 53.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강사 직종(방과후, 예술 강사) 39.5%, 교육공무직(돌봄전담사 등)이 6.8%로 뒤를 이었다. 또한 응답 사례 중 교원(교감, 정교사, 기간제 교사 등)에게 늘봄 행정 업무를 부과한 학교가 89.2%에 달했다.
해당 교원들은 “수업 후 곧바로 늘봄 프로그램 운영에 투입되면 다음 날 수업 준비도 불가능하고, 기존 담당 업무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며 교육과정 운영에 차질을 빚는 점을 지적했다.
늘봄 도입으로 인한 공간 부족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교원들은 교실을 늘봄 공간으로 활용할 경우, “별도 업무 공간이 마련되지 않아 학교 복도에서 업무를 할 때도 있었다”며 공간 부족으로 인한 근무 여건 악화를 호소했다. 또한 담임교사가 한글 미해득 학생이나 기초학력 증진을 위한 추가 학습을 진행할 경우, 교실 외 장소를 추가로 찾아다니거나 공간이 없어서 방과후 지도를 포기한 사례도 발생했다.
이외에도 특별실(과학실, 도서관 등)을 활용하기 위해 특별실 활용 수업을 축소하거나 교육과정 시수를 무리하게 변경하는 등 공간 부족으로 인해 다양한 파행 사례가 발생했다.
무분별한 기간제 교사 채용으로 인한 혼란도 다수 발생했다.
교육부는 각종 채용 규정을 완화하며 늘봄 업무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기간제 교사 배치를 강행했으나, 실제 채용된 초등교사 자격을 소지한 기간제 교사 중 46%가 60대 이상의 고연령, 25.4%가 20-30대 저연차 교사였다. 응답자들은 “중견 교사에게도 버거운 늘봄 행정 업무를 고연령, 저연차 기간제 교사에게 떠맡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늘봄 프로그램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채용 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기간제 교사가 업무 과다로 채용을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또한 응답 학교 중 46%는 중등교사 자격을 소지한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여 늘봄 행정 업무를 담당하게 했으며, 그중 30%는 자격 표시 교과와 다른 교과목에 수업을 배치하여 수업의 질이 낮아질 것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전교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아무 문제 없이 늘봄학교를 추진할 수 있을 것처럼 각종 홍보와 광고에 몰두했으나, 늘봄 실무를 도맡아야 했던 학교 현장은 결국 각종 문제에 직면했다”며 “교직원, 학생, 학부모들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은 위압적인 ‘행정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교에 모든 책임과 업무를 떠넘기는 늘봄학교는 돌봄의 공공성도, 교육의 질도 담보할 수 없는 정책”이라며 “진정 정부가 돌봄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이미 존재하는 지자체 돌봄 기관들과 학교 돌봄을 연계할 방안부터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각종 파행 사례에 적극 대응할 것임은 물론, 늘봄학교 전면 도입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교육부는 교사와 학생 모두 숨 쉴 틈도 없는 늘봄학교를 중단하고, 현장의 우려를 해소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전교조는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가 “전교조가 편항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했다”고 반박하고 나서자, 즉각 논평을 내고 “쓴 소리를 했다고 교원노조를 ‘입틀막 했다(입을 틀어 막았다)’”며 “교육부 장관 자격 미달”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논평에서 “장관은 늘봄학교 관련 문제를 제기하는 교원노조들의 행동을 정책 방해 행위로 싸잡아 매도했다”며 “해당 발언에 대해 매우 유감을 표하며, 장관이 교원노조의 쓴소리를 ‘입틀막’하지 말고 현장 의견에 귀 기울일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주호 장관은 한 번이라도 현장 늘봄학교에 강사로 투입되는 교사들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한 적이 있는가”라며 “현장으로부터 쏟아지는 늘봄학교에 관한 아우성을 한 귀로 흘려버리고, 그저 교사들이 양해해달라는 장관의 안일한 상황 인식에 개탄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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