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길 가겠다”…의협, 정부 강경방침에도 ‘18일 집단 휴진’ 강행

김성호 기자 / 기사승인 : 2024-06-11 04: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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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노예로 굴종 않겠다” “감옥은 내가 간다”…회장‧부회장 ‘집단휴진’ 참여 독려
연대‧성대‧울산의대, "‘집단 휴진’에 동참"…서울의대 비대위 “17일부터 휴진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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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는 의협 ”18일 의료계 전면휴진총궐기대회 개최선언최악의 의료대란 벌어지나입니다. 의료계 집단 휴진을 둘러싸고 강대강 대치를 벌이고 있는 의협과 정부의 입장을 취재했습니다. <편집자 주>

 

  ▲사진 = 박용언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SNS 캡처
[뉴스밸런스 = 김성호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4개월 가까이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8일 하루 동안 전국 개원의까지 참여하는 집단 휴진을 결의하고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집단 휴진을 결의한 오는 18일 개원의들을 대상으로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을 내리기로 정부의 방침에 대해 “예견한 상황”이라며 “정부 태도에 변함이 없는 만큼, 의료계도 우리의 길을 가겠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날 전체 회원에게 보낸 서신에서 “정부가 또다시 위헌·위법적인 행정명령으로 휴진신고명령을 발령하고 행정처분을 예고하고 있다”며 “우리가 왜 의료 노예처럼 복지부가 휴진을 신고하라고 하면 따라야 합니까?”라고 적었다.

이어 “하루 휴진을 막기 위해 15일 업무정지를 내릴 정도로 셈을 못 하는 정부의 노예화 명령이 있다면 100일 넘게 광야에 나가 있는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기 위해 저는 기꺼이 의료 노예에서 해방돼 자유 시민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서신에는 "정부가 총칼을 들이밀어도 제 확고한 신념은 꺾을 수 없다. 결코 비겁한 의료 노예로 굴종하며 살지 않을 것이다. 회원 여러분, 당당한 모습으로 18일 오후 2시 여의도공원에서 만납시다"라고 독려의 메시지도 담겼다.

박용언 의협 부회장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감옥은 제가 갑니다”라며 의협 회원들에게 집단 휴진 참여를 독려했다. 박 부회장은 이날 페이스북 계정에 “감옥은 제가 갑니다. 여러분은 쪽팔린 선배가 되지만 마십시오. 18일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정부는 위기상황마다 행정명령 하달만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의료대란에 대한 대책도, 위기대응 능력도 없음을 정부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정부는 아무런 고민도 대책도 없이 한국 의료를 붕괴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의협은 예정대로 강력한 투쟁을 전개, 정부의 의료농단을 막아내고 의료정상화를 이뤄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의협은 지난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대교수, 봉직의, 개원의 등이 참여한 가운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전의대)를 열고 18일 전면 휴진과 총궐기대회 개최를 선언했다.

의협은 이날 지난 4~7일 실시한 총파업 찬반 투표 결과도 공개했다.

의협은 이번 총파업 찬반 투표에서 ‘정부의 의료농단, 교육농단을 저지하기 위한 의협의 강경한 투쟁을 지지하십니까’, ‘의협이 6월 중 계획한 휴진을 포함하는 단체 행동에 참여하시겠습니까’ 등 두 가지를 물었다.

총유권자 수 11만 1861명 가운데 7만 800명이 투표에 참여해 63.3%의 투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강경 투쟁 지지 여부를 묻는 첫 번째 질문엔 90.6%가 찬성했고, 휴진을 포함한 단체 행동 참여 여부를 묻는 두 번째 질문엔 73.5%가 찬성했다고 의협은 밝혔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날 투쟁 선포문을 통해 “작금의 의료농단을 전 의료계 비상사태로 선포하며, 의료정상화를 위한 강경한 대정부 투쟁을 벌여나갈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6월 18일 전면 휴진을 통해 전국 의사 14만 회원은 물론, 의대생과 학부모 등 전 국민이 참여하는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겠다”며 “총궐기대회는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한 강력한 투쟁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의사들이 죽어가는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한 큰 싸움을 앞두고, 의료계 결집을 위해 전 직역이 함께 한 자리에 모였다”며 “이제 14만 의사들이 정부와 여당에 회초리를 들고, 국민과 함께 잘못된 의료정책을 바로잡을 결정적 전기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계기로, 전 의료계가 하나된 뜻으로 뭉쳐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임 회장은 “지금까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행동한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외침에 이어 이제 우리 형 누나들인 의사선배들이 나서야 한다”며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의료농단을 막아내고, 의료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망국적 의대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을 기필코 저지하겠다. 올바른 정책 수립을 위한 투쟁 전선 맨 앞에 설 것을 다시 한 번 약속드린다”고 덧붗였다.

한편, 전국 40개 의대 교수들이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오는 12일 정기총회를 열고 ‘전체 휴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미 대한의학회와 전국 20대 의대 교수가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가 의협과 행동을 같이 하겠다고 밝힌 만큼 전의교협도 18일 집단휴진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5대 대형병원인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을 각각 산하에 둔 울산대 의대, 성균관대 의대,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18일 전면 휴진 동참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성모병원 등을 산하에 둔 가톨릭대는 아직 동참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고려대 의대 비대위는 교수들을 대상으로 18일 휴진 여부 설문 조사를 11일까지 진행한다.

앞서 지난 6일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전면 취소를 요구하며 오는 17일부터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등 4개 병원에서 휴진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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